전광우(사진) 금융위원장은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데다, 부주의한 실언(失言)으로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 위원장은 전날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로부터 "(민감한 문제는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발언해 달라"고 사실상의 '주의'조치를 받았다.
한 총리가 문제삼은 것은 전 위원장이 지난 19일 뉴욕 투자설명회 직후 기자들에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썼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업계에) 새로운 짝짓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부분.
전 위원장의 취지는 은행들의 잘못된 영업관행과 위험관리능력을 질타하는 것이었지만, 이 발언 직후 은행권에선 '정부가 은행합병을 위한 거대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 '다시 관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공산주의 상징인 '낫과 망치' 비유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총리는 또 전 위원장이 한국은행의 기업어음(CP) 매입과 기준금리 인하 등 '중앙은행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을 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실언파문이 있기 전부터, '전광우 리더십'은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총괄기구로서 과연 이번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확대와 관련, 금융위가 이 문제를 선제적ㆍ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매는, 좋지 않은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도 금융현안과 관련, 금융위원회 보다 오히려 그 산하기구인 금융감독원의 얘기를 더 많이 듣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 위원장에게 "(은행의 서민ㆍ중소기업 지원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임해달라"는 '질책성'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채권안정펀드 같은 설익은 정책은 금융위의 '스타일을 더 구기게 한' 대표적 사례. 금융위는 채권금리인정을 위해 금융기관 및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관련 기관간 사전협의미비로 열흘이 지나도록 펀드의 세부내용은 나오질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시장금리는 더 불안해지기도 했다. 한 은행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 대주단 문제에서도 '업계 자율'이라고 했다가 '조기 가입시 차등지원'과 같은 개입의사를 밝히는 등 금융위가 오락가락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위원장은 금융위 내부에서도 말발이 잘 서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물론 일각에선 "금융 관료들은 민간출신 장관이 올 경우 특유의 배타적 성향이 발동한다. 지금 금융위는 전 위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보좌하지 않는 관료들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은 전 위원장의 리더십과 직결된 문제. 전 위원장이 금융위기 뿐 아니라 자신의 위기를 어떻게 해쳐나갈지 금융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