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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도 감성교육 시대/ "아이들에게 글자 하나 보다 상상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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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도 감성교육 시대/ "아이들에게 글자 하나 보다 상상의 세계를"

입력
2008.11.2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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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압구정동 아란유치원 해반 교실. 교실을 가득 메운 5세 유아 19명의 눈과 귀는 온통 장미경 교사에게 쏠렸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아 보세요." 장 교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원생들은 교실 벽에 걸려 있는 다양한 그림들을 찾아 나섰다.

마치 전시회 그림을 감상하듯 한줄로 길게 줄을 선 정련한 모습이었다. 벽을 장식한 그림들은 모두 '환타지'였다. 한 원생은 날으는 배를 골랐고, 다른 한 원생은 나비 모양을 한 사람이 바위에서 하강하는 듯한 그림을 택하기도 했다. 천진난만한 표정이었지만 진지함과 호기심이 잔뜩 묻어났다.

그림 선택이 끝난 뒤 다음 단계가 이어졌다. 그림 속 단서를 통해 장면을 상상하는 일이다. 자신이 선택한 그림 속 이야기를 상상해 몸으로 직접 표현했다.

이번엔 장면과 장면을 연결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뒤따랐다. 원생들은 환상의 이야기 속에서 되고 싶은 등장인물을 직접 정한 뒤 자신의 상상 줄거리를 교사와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이야기로 키우는 감성' 1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문해교육 수업으로 올해 아란유치원이 처음 선을 보였다.

한창 상상력이 풍부한 유아들에게 환타지 성격의 그림을 비롯해 해리포터 등 좋은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렸을때부터 문화를 이해하고 읽어내는 방법을 경험토록 하는 다부진 시도다. 5개반 5~7세 원아 100여명이 월~금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이 프로그램에 푹 빠져들고 있다.

연말까지 계속되는 프로그램은 앞으로 여러가지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연결하는 통로를 찾아내거나, 그림과 인물을 변형해 활용해보는 시간이 대기중이다.

이 단계가 끝나면 전체적인 줄거리를 검토해 수정 보완을 거쳐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게 된다. 정교하고 재미있는 환타지를 만드는 일이다. 교사와 유아들이 함께 함은 물론이다. 이어 이야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거나 관련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 연관 그림 및 사진, 책을 활용해 수업을 하는 것으로 '감성 수업'의 대단원은 끝을 맺을 예정이다.

아란유치원 한경자 원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신나게 놀고, 깊이있게 탐구하도록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수업을 참관했던 한 학부모는 "유아 시절부터 토론하고 질문하고 협력하면서 공동의 목표들을 향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다른 유치원에서도 해봄직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원조'는 유아교육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스라엘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출신인 유아교육전문가 나정 박사가 이스라엘 유아교육 현장을 다녀온 뒤 주류인 '감성교육'에 감명 받아 개발했다.

나 박사는 "유아교육은 인지교육보다는 몸과 마음과 머리가 조화된 교육이 중시돼야 한다"며 "영유아기는 일상 생활의 모든 활동을 통해 배우는 시기여서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속에서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아교육계에서도 유치원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글자를 익히게 하는데 주안점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 박사는 "유아들에게 글자를 하나 더 가르치는 것 보다 감정을 표현하고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자신감은 여러 종류의 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해 볼 기회를 가져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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