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축구 K3리그에서 중국 인터넷도박 조직과 결탁한 승부조작(본보 11월22일자 6면 보도)이 드러난 데 이어, 내셔널리그(실업팀)에서도 승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동안 간간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프로축구 K리그에서의 승부조작 가능성을 포함해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3대 리그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5일 축구 사기도박 브로커 김모(34ㆍ구속)씨 등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경기당 1억원을 받기로 한 홍천 E구단 관계자 김모(29)씨를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김씨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승부조작에 참여한 오모씨 등 같은 구단 선수 4명도 이날 함께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지난 6월께 홍천 E구단을 인수하겠다며 이 구단 프런트를 맡고 있는 김씨에게 접근했다. 구단 관계자, 선수 등과 친분을 쌓은 브로커 김씨는 경기당 1억원을 줄 테니 승부를 조작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들이 결탁해 승부를 조작한 경기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8월16일, 10월22일, 11월1일 등 총 3건이다. 그러나 세 경기 모두 김씨가 요구한 것보다 큰 점수차로 지는 등 의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은 대가를 받지 못했다.
브로커 김씨는 이렇게 조작한 승부 내용을 중국 현지 도박꾼들에게 경기 전에 미리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 챙겼다. 일부 경기는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에게 부탁해 직접 돈을 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축구 승부조작 사기 도박은 내셔널리그와 K3리그가 일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몇몇 중국 도박꾼은 경기 도중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대팀에게 몇 점을 더 내줘라"는 식으로 '주문'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K리그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셔널리그와 K3리그에서 선수들 외에 감독이나 심판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와 함께 수년 전부터 (승부조작) 소문이 무성했던 K리그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이날 김재한 상근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K3리그 승부조작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내셔널리그 승부조작까지 더해지면 조사 범위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협회 상벌 규정상 경기 조작과 뇌물 수수가 확인되면 해당자는 최대 3년 이상 제명 등 중징계를 받는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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