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상상과 왜곡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상상과 왜곡

입력
2008.11.26 05:08
0 0

NHK가 매년 한 편씩 쏘는 ‘대하드라마’는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짚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 밀레니엄 첫해인 2000년 <아오이(葵)-도쿠가와(德川) 3대> 이후 지난해 <풍림화산(風林火山)> , 올해 <아쓰히메(篤姬)> 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전환기의 선택과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인 접시꽃을 뜻하는 <아오이> 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家康)와 히데타다(秀忠), 이에미쓰(家光) 등 1~3대 쇼군을 조명했다. 260년 동안 권력을 세습한 도쿠가와 막부의 기초를 닦은 인물들이다.

■승자만 다루는 게 아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천하 패권을 다툰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을 그린 <풍림화산> 처럼 최근에는 오히려 패자에게 자주 눈길을 준다. <신선조(新選組)> (2004년)는 19세기 중반 꺼져가던 도쿠가와 막부 수호에 목숨을 건 무사들, <요시쓰네> (2005년)는 12세기의 비극적 영웅 미나모토노 요시쓰네(源義經)가 주인공이다. 아쓰히메도 비운의 여성이다. 13대 쇼군 이에사다(家定)에게 시집가 1년 9개월 만에 남편을 잃고, 메이지 유신으로 친정인 사쓰마(薩摩) 번이 권력을 잡았지만 끝내 도쿠가와 집안 여자로 살았다.

■NHK 대하드라마는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현재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2010년 방영 예정인 ‘료마덴(龍馬傳)’이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를 어떻게 그릴지가 벌써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TV사극의 인기비결도 다르지 않았다. <용의 눈물> 이나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등 KBS 드라마의 인기몰이에 남녀가 따로 없었다. 거창한 상상력에 의존할 것도 없이, 보는 각도만 슬쩍 틀어도 친숙한 역사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MBC 드라마 <허준> 도 그랬다.

■반면 MBC 드라마 <다모> 나 <대장금> 은 역사의 틈새에서 찾은 한 조각 사실에 허구의 튀김가루를 대량으로 입혀 튀겨냈다. 많은 시청자를 ‘폐인’으로 만들었지만 처음부터 허구임이 공지됐기에 거기서 역사지식을 찾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 끝난 KBS 드라마 <대왕 세종> 은 사실과 허구의 전통적 배합비율을 깨뜨려 역사인식에 적잖은 혼란을 던지더니,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은 아예 사실 자체를 상상력으로 덮었다. 어차피 허구라면서 굳이 실존인물을 끌어들인 것은 이미 상상을 넘어 왜곡의 영역에 들어선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서일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