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가 매년 한 편씩 쏘는 ‘대하드라마’는 일본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짚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 밀레니엄 첫해인 2000년 <아오이(葵)-도쿠가와(德川) 3대> 이후 지난해 <풍림화산(風林火山)> , 올해 <아쓰히메(篤姬)> 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전환기의 선택과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쓰히메(篤姬)> 풍림화산(風林火山)> 아오이(葵)-도쿠가와(德川)>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인 접시꽃을 뜻하는 <아오이> 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家康)와 히데타다(秀忠), 이에미쓰(家光) 등 1~3대 쇼군을 조명했다. 260년 동안 권력을 세습한 도쿠가와 막부의 기초를 닦은 인물들이다. 아오이>
■승자만 다루는 게 아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천하 패권을 다툰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을 그린 <풍림화산> 처럼 최근에는 오히려 패자에게 자주 눈길을 준다. <신선조(新選組)> (2004년)는 19세기 중반 꺼져가던 도쿠가와 막부 수호에 목숨을 건 무사들, <요시쓰네> (2005년)는 12세기의 비극적 영웅 미나모토노 요시쓰네(源義經)가 주인공이다. 아쓰히메도 비운의 여성이다. 13대 쇼군 이에사다(家定)에게 시집가 1년 9개월 만에 남편을 잃고, 메이지 유신으로 친정인 사쓰마(薩摩) 번이 권력을 잡았지만 끝내 도쿠가와 집안 여자로 살았다. 요시쓰네> 신선조(新選組)> 풍림화산>
■NHK 대하드라마는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현재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2010년 방영 예정인 ‘료마덴(龍馬傳)’이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를 어떻게 그릴지가 벌써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TV사극의 인기비결도 다르지 않았다. <용의 눈물> 이나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등 KBS 드라마의 인기몰이에 남녀가 따로 없었다. 거창한 상상력에 의존할 것도 없이, 보는 각도만 슬쩍 틀어도 친숙한 역사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MBC 드라마 <허준> 도 그랬다. 허준> 불멸의> 무인시대> 용의>
■반면 MBC 드라마 <다모> 나 <대장금> 은 역사의 틈새에서 찾은 한 조각 사실에 허구의 튀김가루를 대량으로 입혀 튀겨냈다. 많은 시청자를 ‘폐인’으로 만들었지만 처음부터 허구임이 공지됐기에 거기서 역사지식을 찾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 끝난 KBS 드라마 <대왕 세종> 은 사실과 허구의 전통적 배합비율을 깨뜨려 역사인식에 적잖은 혼란을 던지더니,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 은 아예 사실 자체를 상상력으로 덮었다. 어차피 허구라면서 굳이 실존인물을 끌어들인 것은 이미 상상을 넘어 왜곡의 영역에 들어선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서일까. 바람의> 대왕> 대장금> 다모>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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