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대주단(貸主團) 자율 가입'. 그러나 건설업계가 가장 모르고, 또 혼동하는 것도 바로 대주단 문제인 듯 싶다.
대주단 가입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회사 입장을 정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인데, 가입 시한은 따로 정해져 있는지, 가입 시한에 따라 차등 지원이 되는 것인지도 날이 바뀔 때마다, 말하는 회사마다 다르니 여간 혼란스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주택협회가 지난 21일 협회 소속 회원사에게 '청와대 지시로 1차 시한인 24일까지 대주단에 가입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업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대부분 회사들은 "청와대가 대주단 강제 가입을 전제로 건설사 구조조정에 직접 칼을 빼든 것 아니냐"며 주말 내내 진위 파악과 입장 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며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주택협회는 23일 "청와대 지시는 없었으며, 담당 실무자가 대주단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빚은 실수"라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도 협회 지시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을 단순히 협회 실무진의 '오버'에서 비롯된 실수로 덮어버리기엔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청와대 사칭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협회가 '청와대 지시'를 공문서화 할 정도로 어수룩한 단체도 아니고, 또 협회가 청와대나 정부 고위층과의 사전 교감 없이 청와대를 팔아서까지 협회의 주인인 회원사들에게 대주단 가입을 압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협회가 청와대를 사칭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대주단 자율 가입을 조정하는 '뒷선'이 있다는 얘기가 가능해진다. 이쯤 되면 자율 가입이란 말은 무색해진다.
이제 정부나 대주단이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주채권 은행이 개별기업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도움이 필요한 건설사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나 대주단이 '뒤탈'을 우려해 '자율가입'이란 이름으로 병풍 뒤에 숨어있는 한 멀쩡한 건설사까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태훤 경제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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