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어제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의 즉각 항소방침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겠으나 3년 이상 숱한 사회ㆍ경제적 논란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온 사건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의미 이상으로 파장도 크다. 특히 이번 판결은 책임있는 결정을 미루거나 떠넘기는, 공직사회의 ‘변양호 신드롬’ 해소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무죄선고 취지는 “매각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매각이라는 전체의 틀에서 배임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넘기려고 공모해 부실규모를 부풀리고 가격도 낮췄다는 항간의 의혹과 검찰 주장을 모두 배척한 셈이다. 또 카드대란 등으로 또 한 번의 금융위기가 우려됐던 당시 론스타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며 “남대문에 불이 났을 때는 지붕을 뜯고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론스타의 대주주 지위가 인정되고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도 새 국면을 맞았으나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우선 세계 3위 은행인 영국계 HSBC마저 9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터에 국내외 어디서도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다. 지난해 초 국민은행과 론스타가 6조원 대 매매계약을 맺었을 때의 외환은행 주가는 지금 3분의 1로 떨어져 팔기도 사기도 어렵게 됐다.
정부는 ‘국부 유출’ 부담을 덜었다고, 은행권은 저가매수 기회를 얻었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외환은행 매각-재매각 문제가 국민정서법에 떠밀려 5년 이상 표류하며 법정공방의 대상이 됨으로써 초래된 유형 무형의 국가적 손실은 일일이 따지기도 어렵다.
외환은행의 영업력 저하, 공직사회의 몸 사리기 학습효과, 검찰 수사의 적정성 여부, 외국 금융시장의 한국 불신, 론스타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 등을 우선 거론할 수 있다. 나아가 시민단체 고발에 이은 감사원 감사, 국회 조사, 검찰 수사 등의 집단 린치식 문제해결 방식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려 반드시 ‘외환은행 백서’를 남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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