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는 것만으로는 기본적인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어 이리저리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었던 저소득층에게 "씀씀이를 더 줄이라"고 한다면?
보건복지가족부가 24일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강화의 취지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저소득층 부채클리닉'의 내용이다. 빚 상환은 고사하고 생계비조차 막막한 이들에게 '쓸데 없이 낭비되는 돈은 없는지' '충동구매와 같은 비합리적인 소비습관은 없는지' 등을 무료로 컨설팅 해주겠다는 것.
사업 명칭은 '부채 클리닉'이지만, 내용은 새는 돈의 15%까지 잡아주겠다는 재무 컨설팅. 한마디로 빚에 허덕이는 저소득층에게 그래도 형편이 나은 중산층한테 해당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재무컨설팅을 해주는 한 민간 컨설팅 회사가 복지부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복지부는 시범적으로 신용등급 6등급 이하 1,800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향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 소요예산은 총 4억3,000만원(1인 당 24만원)인데, 이 업체는 3억원에 해주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가운데 보험상품을 과다하게 가입한 경우도 있고, 집을 담보로 대출 받으면 될 것을 비싼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가계의 재무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실천계획을 마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는 "변호사 수임료 100여 만원이 없어 개인파산 신청조차 못하고 있거나,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했지만 이 프로그램에 따른 상환금을 내면 도저히 생활이 안 되는 저소득층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재무컨설팅이 아니라 개인파산 지원 등과 같이 빚을 해결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재무컨설팅이 필요한 사람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사람들인데, 안 그래도 취약계층에 대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일에게까지 세금을 쓸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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