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감세정책 왜곡 홍보가 도를 넘어섰다. 국책연구기관 보고서 취지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입맛에 맞는 자료만 발췌해 감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최근 감세와 재정지출 관련 주요 이슈 정리'라는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감세 정책이 재정 지출 확대보다 경기 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국내외 학계 분석 등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재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이 2006년 9월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감세가 지출확대보다 국민소득 증대에 더 효과가 많다고 주장했다. 감세를 1%할 때 소득 효과가 재정지출을 1% 늘릴 때보다 12배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였다.
이 보고서는 발표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이 있었던 내용. 일부 언론이 "감세가 증세보다 소득증대에 더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자, 연구원 측은 즉각 해명 자료를 냈다. ▦경기 변동의 다양한 현상을 반영하지 않았고, ▦지방 세출과 세입이 누락됐으며, ▦실제 정책에서는 재정수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당시 "보고서 내용이 재정지출 확대가 감세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는 일반적 견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재정지출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원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거두절미하고 통계 분석 결과만 인용해 사실을 왜곡한 셈이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재정부는 IMF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감세와 재정정책 병행 시 경기 부양 효과가 가장 크고, 두 정책만을 비교할 때는 감세가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현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기획예산처는 IMF가 한국과 연례협의에서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지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며 "감세가 재정지출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정부는 철저히 외면했지만, 감세보다 재정지출확대정책이 경기부양에 더 효과가 크다는 국내외 보고서도 상당수다. 2001년 조세연구원 보고서는 1조원 감세 시 국내총생산(GDP)이 2,300억원 늘어나는 반면, 재정지출을 1조원 늘릴 때 GDP가 4,000억원 늘어난다고 평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04년 10월 재정지출을 1조원 늘리면 국민소득이 3조7,500억원 늘어나지만, 1조원 감세를 하면 소득이 2조7,500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최소한의 객관성을 위해서는 이 같은 반대 결론의 보고서도 균형 있게 다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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