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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後 26년만에 셰익스피어 무대 꿈 이룬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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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後 26년만에 셰익스피어 무대 꿈 이룬 음악가

입력
2008.11.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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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세익스피어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을 평생 염원으로 간직하던 음악가가 세상을 떠난지 26년 만에 그 꿈을 이뤄 주위를 숙연케하고 있다.

BBC 인기 드라마 <닥터 후>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세익스피어 연극 전문배우로도 명성이 높은 데이비드 테넌트는 요즘 <햄릿> 의 타이틀롤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테넌트는 극중에서 궁정 어릿광대의 해골을 들고 인생무상을 독백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그 해골이 단순히 비슷하게 만든 소품이 아니라 세상에 실재하던 사람의 것이란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옵서버 온라인판은 24일 해골의 주인이 작고한 앙드레 차이코프스키라는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라며 그의 해골이 <햄릿> 공연에 등장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차이코프스키는 폴란드 태생으로 네살 때인 1939년 나치독일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영국 옥스퍼드로 이주했다.

그는 그 곳에서 뛰어난 피아니스트겸 작곡가로 성장했는데 음악 이상으로 세익스피어 연극에 빠져 시간만 나면 스트래퍼드로 달려 갔다고 한다. 열광적인 팬인 그의 평소 소원은 단 한번 만이라도 세익스피어 연극무대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암에 걸린 차이코프스키는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1982년 46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차이코프스키는 죽음 직전 자신의 모든 장기와 시신을 의료기관에 기증해 연구에 사용하도록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차이코프스키는 유독 두개골에 대해선 남다른 부탁을 했다. 나중에 세익스피어 전문 연극단체인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에 보내 소품도구로 쓰게 해달라는 당부였다. 죽어서라도 세익스피어 무대에 올라 연극에 대한 열정을 풀겠다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당시 차이코프스키의 유언은 망자의 유골 처리를 관장하는 내무부 당국을 당혹케 했으나 법률조회 결과 위법이 아니라는 결정이 내려져 그의 두개골은 로열 세익스피어 컴퍼니에 넘겨졌다. 차이코프스키의 해골을 기증받은 극단은 이를 수개월 동안 실외에서 말려 완벽한 소품도구로 탈바꿈시켰다.

1989년 첫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햄릿역을 맡은 마크 라이랜스는 차이코프스크의 두개골로 리허설을 했으나 인간의 것이라는 거부감 탓에 끝내 실제 공연에 들고 나가지 않았다. 이후 차이코프스키의 두개골은 좀처럼 '데뷔'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극단 소품창고에서 25년여 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가 마침내 테넌트 주연의 '햄릿'에서 빛을 보게 됐다.

세익스피어 극단은 스트래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햄릿> 공연의 막이 올랐을 때 차이코프스키 유골의 뒤늦은 출연을 일절 비밀로 해 출연배우를 비롯한 스탭 대부분이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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