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매각비리 사건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를 정점으로 향해 달리고 있다.노씨가 매각로비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데다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정화삼씨가 노씨 몫을 요구해 로비자금을 받아갔다는 진술이 나와 '형님 게이트'의 실체가 조만간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신빙성 있는 '노씨 몫 포함 30억' 진술
2006년 1월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는데 노씨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노씨는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경남 삼랑진농협조합장(1975~1998년)을 지내던 시절부터 정 전 회장과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고, 이 같은 친분을 이용해 세종증권 매각에 도움을 줬다.
검찰에 따르면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은 2005년 6월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동생 광용씨와 함께 노씨의 김해 자택을 찾아와 "정대근 회장에게 잘 말해서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노씨는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들의 뜻을 들어줬다. 노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부탁을 받고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전화해 '가까운 데 사는 사람들이 연락을 할 테니 말 좀 들어봐라'라고 했다"고 시인했다.
노씨의 전화는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단순히 세종증권과 정 전 회장을 연결하는 고리로 노씨를 소개시켜 주고 30억의 거액을 받아갔다는 검찰수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주변의 평가였다. 때문에 정씨가 로비성사의 대가로 노씨 몫을 포함해 30억원을 받아갔다는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
노씨에게 실제 건너갔는지가 관건
문제는 노씨가 정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고 그 대가로 실제 돈을 받아 갔는지로 모아진다. 전화로 부탁만 했다면 범죄가 되지 않는다. 또 정화삼씨가 세종증권에 노씨 몫으로 돈을 요구해 받아갔더라도 실제 노씨에게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로비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 노씨는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노씨의 역할로 볼 때 세종증권측이 정 전 회장과 정화삼씨 형제에게만 금품을 제공하고 노씨에게는 전혀 성공보수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정화삼씨 형제에게 전해진 총 80억원 중 상당부분이 노씨의 몫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검찰은 특히 노씨에게 접근하는 창구 역할을 한 정화삼씨 형제가 노씨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역할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씨 형제가 받은 30억원이 집중 추적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의 진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과 홍 사장은 애초 노씨의 돈으로 배당된 부분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쉽지 않은 금품수수 입증
하지만 실제 노씨에게 돈을 전달하거나 노씨의 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이는 정화삼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최종 입증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씨 형제의 진술에 의존하기 않고 계좌추적에 주력해, 노씨가 차명으로 보관 중이던 돈의 일부를 사용한 단서를 잡기 위해 검찰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의 계좌추적 작업도 수월하지만은 않다. 현재까지 총 80억원의 금품이 오간 이번 사건에서 관련자들은 교묘한 금품거래 방식을 동원했다. 홍 사장은 정씨 형제에게 건넨 30억원을 자기 명의의 통장에 담아서 도장과 비밀번호를 함께 건넸다.
정 전 회장이 받은 50억원은 다른 회사 명의로 들어갔다. 정 전 회장에게 돈을 주기 위해 세종캐피탈은 남경우 전 대표가 운영하던 ㈜IFK가 자문 역할을 한 것처럼 가장했다. 그리고 자문료 명목으로 IFK명의의 농협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전달된 자금들은 다시 여러 개의 다른 계좌들로 나뉘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세탁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편 증권선물거래소가 2006년 3월에서 7월 사이 세종증권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을 조사했다가 무혐의로 종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 노 측근들의 외압이 있었는지도 수사하기로 했다. 당시 거래소의 조사가 부당하게 종결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참여정부는 다시한번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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