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년 전 일이 됐다. 노란 피부색의 한 청년이 흑인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 사뿐히 슬램덩크를 작렬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졌다. 청년의 성이 'KIM'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술렁였다.
캐나다 동포 브라이언 김(25), 김효범이었다. 한국농구의 미래가 하루 아침에 그의 손에 넘어가기라도 한 듯 농구계는 흥분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5년 초, 한국농구연맹(KBL)은 해외동포 특별 규정을 만들어 그를 신인 드래프트에 포함시켰다.
1라운드 2순위의 행운을 잡은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주저 없이 김효범을 지목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에게 유 감독은 맥 빠지는 한마디를 던졌다. "농구선수 만들려면 3년은 걸릴 겁니다."
감독의 말대로 2005~06시즌 프로농구에 데뷔한 김효범은 후보 선수로 꼬박 3년을 보냈다. 그러나 프로 데뷔 4년 차인 올시즌, 김효범은 마치 환생이라도 한 듯 훨훨 날고 있다.
김효범은 2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홈경기에서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20점을 기록한 김효범은 자신이 기록한 3점슛 3개를 승패를 가른 4쿼터 막판 5분 동안 몰아넣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효범의 막판 활약으로 36분 동안 동부에 끌려가던 모비스는 극적인 94-86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모비스와 동부는 나란히 7승4패가 되며 선두 안양 KT&G(7승3패)에 0.5경기 뒤진 공동 2위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김효범은 "감독님이 지난 3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키워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 이제는 내가 팀에 희생해야 할 때"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유재학 감독 역시 "이제 (김)효범이는 팀 전체를 보고 수비하는 법을 터득했다. 수비도, 돌파도 모두 최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동부 포인트가드 표명일은 역대 한 경기 개인 최다이자 동부 창단 이후 최다인 1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울산=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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