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용 팬티 한 장이 신사복 한 벌 값과 맞먹는다. 트라이엄프코리아가 첫 선을 보인 남성 속옷브랜드 '옴'(HOM) 이야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매장을 낸 이 브랜드의 팬티 가격은 한 장에 5만5,000원, 비교적 저렴한 제품도 4만원에 이른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 브랜드로 유럽에서는 성공한 전문직 남성의 아이콘으로 군림한다지만, 요즘 불황에다 비즈니스캐주얼 바람으로 신사복 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백화점에 나온 땡처리용 신사복 한 벌이 5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입이 딱 벌어질 법하다. 과연 팔릴까?
트라이엄프 측은 "의외로 남성들의 반응이 좋다. 비즈니스 여행이 잦은 전문직 남성들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데다, 편안한 착용감에 속옷의 자기애적인 이미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불황기에 남성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외모 관리나 개성 표현에 대한 남성들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올해 1~10월 남성 화장품 구매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나 증가했다. 하루 한가지 제품만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 원어데이 역시 남성 고객이 82%에 달한다. 외모가 경쟁력으로 인지되는 시대를 반영하듯, 세안제 각질제거제 바디로션 등 피부관리 제품이 하루에 각 4,000~5,000여개씩 팔린다.
롯데백화점 전점(스타시티점 제외)에서 올해 1~9월 한번이라도 물건을 산 고객은 남녀 합쳐 42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 늘었지만, 특히 남성고객은 29.2%나 증가해 남성들의 씀씀이가 더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원어데이 이준희 대표는 "불황에 남성들이 외식비나 술값은 줄여도 개성을 살리는데 드는 돈은 아끼지 않는 것 같다"며 "40~50대 중ㆍ장년층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하면서 젊어보이기 위한 외모 관리에 나서는 것도 불황 속 남성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지 않는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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