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 연탄값 하나 조절하지 못하니

입력
2008.11.26 05:09
0 0

동네 이발소에 갔다가 주인의 탄식을 들었다. 연탄 값이 100원 이상 올라 더운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는데 연탄난로 아래 구멍을 반쯤 막아 놓았다. 22공탄 3개씩 넣고 하루 3번 갈아야 하니 매일 1,000원이 더 든다며 걱정이었다.

어떤 기업의 홍보 담당자를 만났다. 회장님이 불우이웃에 사랑의 연탄을 배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웬만한 장소엔 다른 기업들이 선점을 했고, 그 날에만 서울 시내 20여 곳에서 그런 행사가 예약돼 있더라고 했다. "한 장에 500원이면 1,000장이라야 50만원이면 되는데, 행사비용에만 500만원 넘게 썼다"고 투덜댔다.

수요 늘어 한 장 100원씩 급등

연탄의 계절이 왔음을 알았다. 어렸을 적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몽롱해졌을 때 김치국물을 퍼 마셨던 기억, 1970년대 매듭이 달린 새끼줄을 가운데 구멍에 끼워 양손에 들고 왔던 기억, 포장마차 화덕에서 돼지껍데기를 굽던 기억들이 전부였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에서만 8,274만 장의 연탄이 소비됐다는 통계는 새삼 놀라웠다.

그것도 많이 줄어든 양이었으며,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1986년에만 해도 연간 전국의 소비량이 68억 장, 국민 1인 당 166장을 소비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소비량이 급감했다. 발화성이 약한 우리나라 무연탄을 활용하기 위한 비책으로 개발한 특산품이었으나 올해 처음으로 그 원료를 수입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2003년 유가가 급등하면서 연탄 소비량이 다시 증가하더니 경제난이 심각해진 올 겨울 최대의 소비량이 예상되고 있다. 연탄의 소비량과 가격동향은 서민의 생계나 행복과 직결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시책은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랬다 저랬다 종잡을 수 없고, 돈으로 때우고 물량으로 메우는 임기응변밖에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연탄시책은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생산가격은 현재 장 당 750원 정도인데 서민을 지원하느라 정부가 일정 보조금을 생산자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현 정부는 2011년까지 이러한 보조금제도를 폐지키로 하고 장 당 211원이었던 보조금을 지난 9월부터 151원으로 낮추었다. 연탄이 서민의 난방용보다 화훼농가의 비닐하우스나 공장의 보일러 등 사업용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엔 연탄 사용에 따른 탄소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국가적 부담도 포함돼 있다.

9월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여 대체 연료로서 연탄 수요가 늘고 보조금 삭감으로 소비자 가격이 50원 이상 오르자 한 달 만에 다시 정부보조금을 203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한 번 인상된 가격은 겨울철 수요증가와 맞물려 오히려 상승해 최근엔 장 당 100원 이상이 올랐다. 서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연탄 수요가 사업용보다 가정난방용이 훨씬 많다는 지적이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됐다. 정부의 보조금 폐지 이유가 근거를 상실하게 됐다.

임기응변 대책에 서민만 골병

그러자 또 하나의 땜질처방이 나왔다. 지난 21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새로운 연탄대책을 내놓았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6만 가구에 7만7,000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저소득층 94만 가구에도 일정한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당초의 방침이 문제가 되자 아무런 원칙도 없이 돈을 풀어 해결해 보겠다는 발상이다. 필요한 경비는 그 동안 절약해 두었던 예산을 쓴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보조금을 줄이면 연탄값이 오르고, 겨울이 오면 추워지는 줄 몰랐다는 듯한 태도다. 그러다 속이 타면 만만한 기업이나 독촉해 '50만원 어치 연탄 나누기에 500만원의 비용'을 들이는 전시효과나 연출케 하고 있다. 소비자가격의 40%정도를 정부보조금으로 조절하는 연탄값 하나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추운 겨울 연탄불만 바라봐야 하는 서민들 마음 하나 안정시켜 주지 못하는 정부가 참으로 한심하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