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협력의 상징 개성공단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남북 간 강경대결이 이어져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될 경우 남측에는 5,000억원 안팎의 투자액 손해를, 북측에는 짭짤한 현금 수입 중단과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안길 전망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 북쪽에 위치해 있다. 1950년 6ㆍ25 전쟁 때에는 북한군 6사단의 기습 남침로로 사용된 개성_문산 축선의 길목이고, 분단 이후에는 북한 인민군 3개 여단이 주둔하던 곳이었다. 이런 북한군 최전선 지역이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뒤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개성공단의 개념은 남측의 자본, 기술과 북측의 노동력, 토지를 결합해 남측 중소기업의 활로를 마련하고 북한 경제회생의 계기를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3.3㎢) 착공으로 북한군 막사와 다연장포가 있던 지역은 남측의 신발, 의류, 기계, 전자부품 공장으로 변신했다.
2004년 12월 첫 제품이 생산된 이래 지난 9월까지 4억5,990만 달러 어치가 생산됐다. 11월 현재 88곳의 입주업체가 들어서 있고 북한 노동자 3만6,103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말까지 50여 곳이 더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흔들린다면 당장 입주 기업들의 피해는 엄청날 전망이다. 입주 기업들은 평균 50억원 안팎의 시설 투자를 했고, 정부와 현대아산 등도 1,200억원 이상을 개성공단 개발에 투자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5,000억원 안팎의 투자액이 날아가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은 달러 박스였다. 노동자 1인당 월급은 70달러 정도에 불과했지만, 3만 6,000여명이 일하다 보니 매년 3,000만 달러 안팎을 챙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국제사회 신뢰 상실이 뼈아픈 대목이다. 남북 합의에 의해 북측은 '상대방 투자자산을 보호한다'는 투자보장합의서까지 마련한 상태다. 그런데 정치적 이유로 공단을 폐쇄하거나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 믿지 못할 나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다.
한 북한 전문가는 "향후 북한이 외자를 유치해 경제개발에 나서려 할 때 투자자들은 개성공단 사례를 떠올릴 것"이라며 "이렇게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북한에 투자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 개성공단 현황(13일 현재)
▲입주업체 88개
▲총면적 6,600만㎡(2,000만평)
▲생산총액 4억5,990만달러(누계)
▲수출액 8,933만달러(누계)
▲북한근로자 3만6,103명
▲남측체류인원 1,678명
■ 개성공단ㆍ관광 일지
▦2000년
8월 22일 현대, 북한과 개발합의서 체결
▦2003년
6월 30일 1단계 착공식
▦2004년
1월 29일 남북, 개성공단ㆍ금강산 출입 및 체류 합의서 체결
6월 14일 시범단지 입주계약(15개 업체)
▦2005년
3월 16일 한전, 시범단지 전력공급 시작
▦2006년
5월 31일 1단계 330만㎡(100만평) 토지조성공사 완료
12월 21일 한전, 10만kw 남북 송전선 연결
▦2007년
1월 29일 생산품 수출 컨테이너 인천항 첫 출항
9월 30일 총 생산액 2억달러 달성
12월 5일 개성관광 시작
▦2008년
3월 1일 총 생산액 3억달러 달성
3월 27일 남북경제협력사무소 남측 인원 철수
11월 12일 북,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엄격제한 발표
11월 24일 북, 개성관광ㆍ철도운행 전면차단. 개성공단 상주인원 50% 철수 발표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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