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A과장이 담당 사무와 관련해 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는 5,000만원 이상의 뇌물 사건에 대해 7년 이상의 징역형만을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형량은 7년부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최저 형량의 절반인 3년6개월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고무줄 양형(量刑)'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4일 공개한 뇌물죄의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A과장은 5,000만∼1억원의 뇌물사건인 '유형3'에 해당돼 기본형량이 5∼7년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과장은 이 범위 내에서 처벌을 받게 되며 감량사유가 있다면 3년6월∼6년, 가중사유가 있다면 6∼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고무줄 양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범죄ㆍ살인ㆍ뇌물죄에 관한 양형기준안을 마련, 이날 1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양형위는 조만간 강도ㆍ횡령ㆍ배임ㆍ위증ㆍ무고 등 5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마련해 2차 공청회를 연 뒤 내년 4월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양형위는 범죄별로 유형을 구분한 뒤 기본형량을 제시했다. 살인죄의 경우 ▲장기간의 가정폭력ㆍ성폭력 등 범행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보통 살인 ▲청부살인이나 묻지마 살인 등 비난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 3가지로 유형을 구분했고, 뇌물죄는 뇌물액수에 따라 5단계로 나눴다.
성범죄는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13세 미만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13세 이상을 상대로 한 강간을 구분한 다음 각기 3가지 범죄유형에 따른 기본형량을 제시했다.
범죄유형별로 가중ㆍ감경 요소와 함께 그에 따른 형량도 구체화됐다. 성범죄의 경우 가중요소는 성적 수치심 증대,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 계획적 범행 등이고, 감경 요소는 자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소극 가담 등으로 제시됐다. 살인죄에서는 계획적 범행이나 잔혹한 수법 등이 가중요소로, 자수나 유족의 처벌 불원(不願) 의사 등이 감경요인으로 꼽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준형량은 물론 가중ㆍ감경요인에 따른 형량까지 제시됨에 따라 재판장의 재량권이 크게 축소되고 고무줄 양형논란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범행동기 등 범죄유형을 구분하는 잣대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데다, 가중ㆍ감경사유도 제한적이라 양형기준안이 고무줄 양형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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