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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폐업·폐업… 빨리 때려치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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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폐업·폐업… 빨리 때려치워야지"

입력
2008.11.26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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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기가 무섭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 옆 매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가 짐을 싸서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주변을 둘러 보세요. 매장이 텅텅 비어 있잖아요.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으니, 원…."

24일 오후 대형 전자유통 상가들이 밀집한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 4층의 성일전자 김성일(44) 사장이 전해준 요즘 경기 상황이다. 그의 매장은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있어 이른바 '로열 박스'로 불리지만, 지속되는 경기침체 앞에선 이 같은 프리미엄도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국내 전자유통 업계가 초토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으로 국내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 업자들이 주로 운영하는 중소 전자유통 업체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재고 부담까지 겹쳐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퇴근할 때마다 죽을 맛입니다. 집에 돈을 벌어 들어가는 게 아니고, 빚을 갖고 들어가는 꼴이니까요. 손님은 뚝 끊겨서 장사는 안되지, 임대료 날짜는 매달 꼬박꼬박 다가오지. 제가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습니까? 때려 치고 나올 수 밖에요."

최근 용산 현대아이파크몰에서 가전 매장을 정리하고 나온 A씨가 목청을 높였다. 현재 현대아이파크몰 임대료(관리비 포함)는 한 구역(4평 기준)당 월 120만~130만원 수준인데, 이마저 감당이 안돼 빚을 내는 업주들이 많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올 하반기 들어 부도 중소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부도법인 수는 1월 대비 56.3% 급증한 211개에 달했다. 부도 법인이 200개를 넘어선 것은 2005년 5월(208개)이후 처음이다.

청소년들을 주요 고객으로 둔 탓에 상대적인 호황(?)를 누려온 컴퓨터(PC)와 게임기 판매 업체들도 된서리를 맞기는 마찬가지. 아이파크몰 4층에서 PC 주변기기 매장을 운영하는 김용해(44) 플러스정보시스템 대표는 "20년 넘게 이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때는 처음"이라며 "종일 문을 열어도 '개시'조차 못하고 들어가는 매장 주인이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역시 전자유통 상가가 밀집한 서울 강변테크노마트의 체감 경기도 영하권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가전제품과 냉ㆍ난방기, 홈씨어터 등을 판매하는 테크노프라자의 장천수(53) 전무는 "가을부터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매출도 작년에 비해 3분의2 가량 떨어졌다"며 "이 곳에 입점한 상가 대부분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선전해온 휴대폰 판매 업체들도 개점 휴업 상태다.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유통 업체들은 11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을 '노마진의 날' 행사 기간으로 정하고 고객 끌어 모으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매기가 살아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정환 용산전자단지 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기침체에다 불공정한 인터넷 전자상거래까지 판을 치면서 오프라인에서 중소형 전자 매장을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머지 않아 전자상가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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