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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되어' 주연 조재현 "배우로 남고 싶지만 프로듀서 일도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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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바람되어' 주연 조재현 "배우로 남고 싶지만 프로듀서 일도 흥미"

입력
2008.11.2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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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경숙이, 경숙아버지' 이후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한 까닭이었을까, 프로듀서에서 배우로 돌아온 때문일까. 무대에 선 조재현(43)씨는 그간 봐온 모습과는 참 달랐다.

올 한 해 10편의 연극을 선보인 '연극열전2' 시리즈의 프로듀서로 제작발표회를 누비던 그는 기자들에게 사진의 각도와 기사의 방향까지 주문하는 등 거침없었다. 하지만 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7일부터 공연 중인 '민들레 바람되어'의 주인공 안중기 역을 연기하는 그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실제 그는 기자에게 "이번 공연을 앞두고 평생의 연기 생활을 통틀어 가장 힘든 열흘을 보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다행히 관객 반응은 좋다. 개막 이후 티켓 예매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극작가 박춘근의 힘이에요. 한 티켓예매 사이트에선 제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예매 4위였다가 개막 이후 계속 순위가 오르고 있어요. 이건 분명 극작가의 승리인 거죠. 우리네 현실과 꼭 닮은 40대 중년 남자의 삶과 사랑의 고백을 담았기 때문에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겁니다." '배우 조재현'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어느새 그의 답변은 프로듀서의 그것이 돼 있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신인 극작가를 발굴한 성과를 높이 평가해 달라고 했다. 미숙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창작 신작이기에 다른 배우가 아닌 자신이 직접 출연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여러 고민을 안고 연습에 임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할 수 없었노라며.

프로듀서로서 대답을 시작하자 그의 말에 점차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연극열전2'는 총 18만명의 관객을 동원, 티켓 판매 수입으로 40억원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TV스타를 동원한 대중적인 연극을 잇따라 소개하면서 연극계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글쎄, 대학로의 주요 극단 이름을 알 정도의 연극 마니아들이 몇명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런 관객은 서울 근교까지 2,000명이 채 안 돼요. 전 연극인들이 관객의 취향을 수용하지 않는 게 답답합니다.

연극을 본격적으로 접할 준비가 안된 관객에게 이해하기 쉬운 연극을 제시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죠."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연극열전2' 스태프들에게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도 항상 관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면서 "연극계에 나 같은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지난 1년간 자신의 진정한 꿈은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한다. 연극배우들의 열띤 연습 현장을 보며 배우로서 나태한 자신에 대한 반성도 많이 했고, 즐거운 긴장감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일이 아닌 놀이로 생각하는 연극이기에 공연계에서 터져나오는 '연극열전이 아닌 스타열전'이라는 쓴소리에도 의연할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영원한 배우로 남고 싶지만 생산적인 걸 좋아하고 쉽게 안주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프로듀서 일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내년 말 '연극열전3'를 시작할 예정인 그는 연출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1등을 한번도 놓치지 않은 경주마와 성적의 기복이 심한 말의 생애 중 선택하라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겁니다. 짧은 인생, 찬사도 받고 실패도 겪어봐야 그게 인생의 참맛이니까요."

돈키호테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 그것이 불황 중 '연극열전2'를 성공시킨 그의 비결임을 인터뷰 말미에 알 수 있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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