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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프스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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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알프스 탈출

입력
2008.11.2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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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알프스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완전 고립됐다. 매복 중인 적군을 만나 산악 깊숙이 후퇴했기 때문이다. 기온이 급강하하고, 눈보라마저 휘몰아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형지도도 없었다. 이대로 기다리다간 소대원 모두가 동사할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빠졌다. 모두가 필사적인 탈출방안 찾기에 나선 가운데 한 소대원이 배낭에서 종이뭉치를 발견했다. 조난 당한 지역의 지형지도처럼 보였다. 소대원들은 그 지도에 의지해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말엽인 1944년 알프스지역에 투입된 헝가리군대의 실화다. 그 소대가 병영으로 돌아온 후 다른 소대장이 해당 지도를 살펴보곤 깜짝 놀랐다. 그것은 알프스산맥에서 수백 마일이나 떨어진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미국 인지심리학의 대가인 칼 와익(Karl Weick)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후배학자에게 이 일화를 들려주며 화두를 던졌다. 그는 피레네 산맥의 지도가 소대원들의 행동을 촉발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엉뚱한 지도지만, 그 지도에 의지해서 소대원들이 움직이면서 없던 길을 극적으로 찾았다는 것이다.

▦와익은 21세기 신경영 패러다임인,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헝가리군대의 일화를 언급했다. 전략과 계획 수립 후 실행하는 전통적 전략경영 프로세스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큰 방향과 비전을 수립한 후 신속한 실험과 시도, 행동을 통해 바람직한 전략과 계획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경영 패러다임이 'Thinking first'였다면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선 'Doing first'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신동엽 교수는 "20세기 강자였던 GM 포드 코닥 모토로라 몬산토가 위기를 맞은 것은 낡은 패러다임으로 열심히 사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초경쟁 환경에선 '행동선행적 경영'이 생존의 키워드라는 게 신교수의 주장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가는 신중경영은 건너는 동안에 도태된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에 집착하지 말고 문어발 다각화를 끊임없이 추구해서 혁신과 속도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필요가 있다.

가격과 품질 극대화를 동시에 지향하는 도요타식 양수겸장 경영도 21세기 신 경영전략으로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여전히 선택과 집중, 틈새시장 등 낡은 패러다임에 집착하고 있다. 21세기 신 경영조류에 눈을 감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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