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연세대와 고려대의 2009학년도 수시 2-2학기 모집 논술 고사는 올해 달라진 대입 논술의 경향을 단적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각 대학이 지난해 처음 선보인 '통합 논술'의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지만 난도는 몰라볼 정도로 높아졌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입시 업무를 넘겨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기존 '논술 가이드라인'을 폐지하면서 논술을 변별력 확보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상위권 대학들의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계 논술의 경우 정답과 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가 대거 출제돼 "사실상 본고사가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29일 실시될 서울대 수시 논술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 연세대
지난해부터 실시한 '다면사고' 논술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인문계열은 1,500자 내외의 장문의 답안을 요구하는 문제는 없었다. 800자 2문항, 1,000자 내외 1문항이 출제됐다. 2번 문제가 다양한 사고를 지향하는 출제 의도를 비교적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 제시문에 나타난 해결 방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적절성의 근거와 함께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논제의 요구 사항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느냐이다. 수험생이 택한 해결 방식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사실만 입증할 수 있다면 고득점이 어렵지 않았다.
인문계 논술에서 수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수리형 문제가 출제된 점도 눈에 띈다. 3번 문제는 제시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세 가지 설득의 수단을 활용해 TV, 신문, 온라인 매체에 대한 차이점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가장 까다롭고 배점도 컸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 여부가 합격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열은 총 7개의 소논제를 풀어야 했다. 올해 모의논술과 형태는 비슷했지만, 난도는 다소 높았다. 문제 유형은 크게 수리, 물리ㆍ지구과학 통합, 생물ㆍ화학 통합 문제로 구분되는데 모두 교과 과정을 심층적으로 다루거나 내용을 확장해 문제를 출제했다.
수리는 배점(40점)이 가장 높아 변별이 컸지만 일부 문제가 풀이 과정을 요구해 본고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원과 직선의 방정식에 피보나치 수열을 적용시킨 문제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자연수 n의 최소값 구하기, 특정 연산에 대한 항등원과 역원을 나타내는 점을 설명하기 등은 정답과 풀이 과정이 명료했다.
물리ㆍ지구과학 통합 문제는 제시문에 등장한 사진과 그래프 등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추론하는 능력이 두드러졌다. 혜성이 쪼개지는 현상 등을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결이 가능했다. 생물ㆍ화학 통합 문제 역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현상을 근거로 통합적 사고력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 고려대
고려대도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인문계 논술에서 수리적 사고를 요구했다는 점이 달라진 흐름이다.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점을 감안해 논제와 제시문의 난도도 크게 높아졌다.
'자유'라는 큰 주제 아래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 제시문 간 주장을 비교하는 문제,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는 문제 등은 기출 문제나 모의 논술에 등장했던 유형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확률과 기대값을 활용해 자유의지와 관련된 두 주장의 근거를 추론하는 세 번째 문제는 수리 논술에 대한 대비가 없었던 수험생들에게 상당히 까다로웠을 것이다.
제시문으로 나온 ▲계몽에 관한 칸트의 견해 ▲신로마의 공화주의 ▲선택 기준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 등도 길이가 길고 내용 역시 쉽지 않아 독해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고려대 자연계 논술은 "본고사에 가깝게 출제됐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크게 수리 2문항과 과학 3문항이 출제됐는데 소논제(13개) 대다수가 정답과 풀이과정을 요구했다. 통합 논술이라는 출제 의도에는 충실한 듯 보이지만 교과 과정을 심도있게 공부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수리는 행렬과 벡터, 극한 개념의 융합, 회전체 부피와 관련된 적분 등이 나왔다. 삼각형 둘레의 길이 및 사면체 부피의 극한값을 구하거나, 점 사이 거리의 최대값 등을 구하는 등 정답을 도출하고 정확한 풀이 과정을 중시했다.
과학은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효소의 메커니즘을 다룬 문제, 지구의 공전에 따른 태양광선 에너지의 변화, 꽃의 유전자와 관련된 문제 등이 출제됐다.
생물과 화학, 지구과학과 물리 과목의 접목을 시도하는 등 단원간 통합적 사고 능력을 묻는데 초점을 맞췄다. 모든 제시문에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료의 해석을 토대로 수험생의 창의성을 평가하려 한 점도 특징이다.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유레카논술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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