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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라이벌 내각'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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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라이벌 내각'과 박근혜

입력
2008.11.2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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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라이벌 내각'에 우리 정계 주변의 관심이 높은 모양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민주당 경선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하자, 이명박 대통령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국무총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충고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통합의 정치'에 주목한 논리가 그럴 듯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여성인 점이 정치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듯 하다.

물론 이 대통령은 선뜻 탐탁하게 여길 리 없다. 지난 정권 인재의 포용을 외치던 이들도 뜨악할 것이다. 저마다 충정을 앞세우지만 속내는 제 각각인 탓이다. 세상살이가 고단한 국민은 '박근혜 총리'에 기대를 가질 만 하나, 그리 되더라도 형편이 갑자기 달라질까 싶다. 그런 만큼 실현성 논란에 무작정 매달릴 건 아니다.

상징보다 실용 좇은 링컨

그런대로 '라이벌 내각'의 역사를 살피는 건 의미가 있다. 다행히 오바마가 교범으로 삼았다는 링컨 대통령 전기 <라이벌 내각(team of rivals)> 의 저자 도리스 굿윈이 자신이 탐구한 링컨의 '통합의 정치'와 오바마의 그 것을 직접 비교, 논평했다. 2005년 책을 출간한 역사학자 굿윈은 지난 주, 워싱턴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the politico)>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경선 초기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책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 뒤 오바마는 줄곧 링컨을 본보기로 내세웠다.

굿윈은 링컨의 리더십이 새삼 조명을 받는 것은 부시 행정부 8년의 실패와 국가 위기상황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노예해방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남북전쟁의 '국난'에 직면한 것과 닮은 상황이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겪은 민주당 루스벨트 대통령이 공화당 거물들을 내각 요직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굿윈은 그러나 링컨의 정적(政敵) 포용은 단순히 상징적 차원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이를 테면 대권 야심에 부푼 법률가 새먼 체이스를 재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노예해방과 국가재정체계 확립을 위한 신념을 높이 산 때문이다. 체이스는 전시 재정을 훌륭히 관리하고 은행과 화폐 제도를 확립, '체이스맨해튼 은행'에 이름을 남겼다. 또 대권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대법원장 자리에 올랐다.

루스벨트가 전임 공화당 행정부의 국무장관 헨리 스팀슨을 전쟁장관으로 기용한 것도 1차 대전 때 전쟁장관 직을 수행한 경험을 빌리기 위한 것이었다. 또 해군력 증강론자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 프랭크 녹스에게 해군장관 직을 맡긴 것은 의회의 반대론을 맞상대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굿윈은 "상징성보다 실용성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힐러리 클린턴과 곧장 비교할 사례는 링컨이 경선 상대 윌리엄 시워드를 삼고지례(三顧之禮)를 다해 국무장관으로 영입한 것이다. 뉴욕 주지사와 상원의원 출신의 시워드는 명망과 영향력에서 훨씬 앞섰으나 대선후보 지명을 과신, 경선을 앞두고 정쟁을 피해 9개월이나 유럽에 머물며 각국 왕가와 교류하는데 몰두했다가 링컨에게 패했다. 링컨은 당선 뒤 시워드에게 "외교정책을 맡기겠다"고 제안했고, 집으로 밤늦게 찾아가 소설과 영화 얘기를 나누며 신뢰를 쌓은 끝에 수락을 받았다.

대통령의 '자기 신뢰'가 관건

시워드는 1865년 링컨이 암살되던 날, 정부 전복을 노린 암살 공격을 동시에 받았으나 겨우 목숨을 건졌다. 그는 8년간 국무장관으로 일하면서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헐값에 사들이는 미국 사상 최대의 외교 업적을 남겼다. 굿윈의 저서 부제인 '링컨의 정치적 천재성'을 대신 입증하는 것으로 보답한 셈이다.

이런 선례를 본받기는 쉽지 않다. 링컨 시절의 신생 공화당은 모든 정파가 정당체제 구축에 힘을 모을 때였고, 정파간의 이념 경계 등도 고착되지 않아 '통합의 정치'가 그만큼 용이했다. 그러나 굿윈은 '라이벌 내각'의 교훈은 무엇보다 정적과의 적대와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링컨의 깊은 자기 신뢰, 자신감이 바탕을 이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총리' 논란에 참고할 만하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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