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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청탁' 다음달 박연차 회장 주식 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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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청탁' 다음달 박연차 회장 주식 매집

입력
2008.11.26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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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63) 전 태광실업 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가 발표되기 7개월 전에 2005년 5월 세종증권 주식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의 주식 매입 시점은 홍기옥(59ㆍ구속) 세종캐피탈 사장이 노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62)씨와 동생 광용(54)씨에게 세종증권을 농협에 팔기 위해 청탁한 그 다음달이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정씨 형제 등으로부터 정보를 듣고 실현 가능성 등을 여러 경로로 확인한 뒤 주식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은 24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2005년 5월 세종증권 주식을 1주당 5,000~6,000원대에서 샀다가 그 해 12월 초ㆍ중순에 1만5,000원~1만6,000원에 순차적으로 팔았다"며 "대락 2.5배 가량의 차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정확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차익이 1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SK증권과 세종증권이 농협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세종증권을 선택한 것은 투자 판단이었다"며 "내부정보 이용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연말 자금수요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현금화가 필요해서 팔았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면 인수발표(2006년 12월26일)가 난 뒤까지 가지고 있다 팔지 왜 전에 팔았겠느냐. 발표 이후에도 1주당 2만원 이상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는 박 회장이 주식 매입을 결정하기 전에 정대근(64ㆍ수감 중) 전 농협 회장 등에게 인수 가능성 등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고 내부정보 이용 혐의를 집중 조사 중이다.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미공개정보 이용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내부자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 받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주식을 사고 판 시점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박 회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세종증권 매각 성사 대가로 29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정화삼씨 형제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정씨 형제가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66)씨에게 청탁했다는 관련자 진술도 확보, 노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노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사건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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