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은 여러모로 극적이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빌 클린턴의 아내이자 퍼스트레이디로서 8년 동안 백악관을 경험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와 1년 반 가까운 경선 사투를 벌이면서 여성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준 이력서는 미국의 외교수장으로 변신했을 때의 폭발력을 예감케 한다.
여성으로서는 역대 세번째 국무장관이지만 인지도와 영향력이 오바마 당선자 못지 않다는 점에서 힐러리 국무장관이 갖는 위력은 다른 여성 국무장관 나아가 역대 국무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힐러리 기용을 ‘라이벌을 껴안는’ 링컨식 포용 정치의 전형으로 평가하면서 “둘이 다른 세계관에 대한 존경을 토대로 완벽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무장관 힐러리와 대통령 오바마의 관계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제임스 베이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딘 애치슨,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 등과 곧잘 비교된다. 세 사람 모두 성공한 국무장관이지만 ‘주군’과의 관계에서는 차이가 있다. 베이커 장관이 부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적 사적으로 좋은 콤비를 보였던 반면 애치슨이나 키신저는 ‘현대 국무장관 중 최고의 두 사람’으로 꼽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조지 W 부시 1기 정부의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콜린 파월이 네오콘의 집요한 견제를 견디지 못하고 퇴진한 예를 들어 힐러리가 오바마의 ‘시카고 사단’과 융합할 수 있을지 우려한다. 그러나 경선에서 인신모욕적 발언을 주고받을 정도로 부닥쳤지만 외부에 드러난 만큼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게 언론의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지원 유세에 나선 것에 대해 오바마가 휴대폰으로 두 차례 감사의 뜻을 전한 후 관계가 진전됐다”고 전하며 “오바마는 힐러리가 집중력과 자기규율이 강하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해석했다. 경선과정에서 힐러리와 경쟁하면서 그의 이미지뿐 아니라 콘텐츠도 인정했다는 해석이다.
마틴 인딕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 점에서 오바마-힐러리 관계를 아버지 부시-베이커 관계로 비유하면서 “오바마가 힐러리의 효용성을 원하지 않았다면 그를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측의 한 인사는 “외교는 또 다른 이름의 정치”라며 “힐러리가 베이커나 키신저 같은 정치적 수완으로 임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힐러리 기용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의 측근에 따르면 13일 대선 후 처음 시카고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힐러리의 국무장관 기용에 대한 둘의 이해관계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수락의 조건으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독대권과 국무부 내 인사권 보장을 요구했다. 부하인 존 볼튼 국무차관에게 휘둘렸던 파월 장관을 의식한 것이었다. 이에 오바마가 20일 전화를 걸어 요구조건을 수용하면서 힐러리 카드는 성사됐다.
경선과정에서 힐러리와 결별하고 오바마 진영에 합류한 그레고리 크레이그 변호사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닌 법률고문으로 내정돼 국무장관과 관련된 계선상에서 제외된 것도 힐러리가 결심하도록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크레이그는 1998년 클린턴 대통령 탄핵 당시 법률고문을 맡아 ‘클린턴 사람’으로 불렸으나 경선에서는 오바마를 지지했다. 오바마가 그를 안보보좌관 대신 법률고문에 앉힌 것은 힐러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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