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도입 과정에서 시교육위원회의 동의 거부로 곤욕을 치렀던 서울시교육청이 돌연 이와 관련한 지침을 폐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설립ㆍ폐지 및 변경사항 처리지침'을 이 달 6일자로 폐지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대원ㆍ영훈중을 특성화중학교(국제중)로 지정ㆍ고시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이 지침은 시교육청이 초ㆍ중ㆍ고 공립학교와 사립 특성화중학교, 특성화고(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등)를 설립할 때 시교육위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내부 규정이다. 학교 신설 과정에서 시교육위 및 시의회와의 협조 체계가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만든 것으로 최근 '국제중 동의안' 처리 절차도 이 지침에 따라 진행돼 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방교육자치법에는 '교육감이 학교 설립ㆍ인가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을 뿐 시교육위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며 "다른 시도에도 없는 지침이라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중 설립 과정에서 시교육위의 보류와 재심의를 오가는 등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시교육청이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지침을 전격 폐지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시교육청은 최근 특성화고인 은평자사고에 대한 법인 설립을 인가하고 학교 설립을 확정하는 행정 예고 절차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은평자사고 역시 국제중과 마찬가지로 논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설립 주체인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서울시교육감 선거과정에서 공정택 교육감에게 수백만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데다 신입생 모집 요강에 하나금융그룹의 임직원 자녀를 우대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등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지침이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시교육위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판단 하에 서둘러 사전동의 절차를 없앴다는 것이다.
시교육위는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거세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홍이 교육위원은 "21일 끝난 임시회에서 교육위원들이 이 문제로 인해 시교육청이 제출한 조례 개정안 심의를 거부하기도 했다"며 "공 교육감으로부터 연말까지 지침을 원상 회복시키고 담당자를 문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지침 폐지와 관계없이 은평자사고에 대해 시교육위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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