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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후 3년 5개월… 최전방 GP 내무실서 또 폭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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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후 3년 5개월… 최전방 GP 내무실서 또 폭발사고

입력
2008.11.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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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5일 연천 최전방 GP(전방초소)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5개월 만에 또 다시 GP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고의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수류탄 관리 허점

이번 사고는 내무실 반입이 철저히 차단되는 수류탄이 내무실에서 폭발했다는 점에서 최전방 GP의 부실한 수류탄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GP 근무 병사들은 경계근무에 나서기 전 실탄 75발과 수류탄 1발을 간이탄약고에서 지급받아 근무지로 나간다. 수류탄에는 근무자의 이름표가 붙는다.

경계근무를 마친 병사들은 GP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급받은 실탄과 수류탄을 내무반에서 30~40m 떨어진 상황실의 간이 탄약고에 반납하게 된다. 교대근무를 마친 병사가 간이 탄약고에 반납하지 않고 내무실로 곧바로 들어갔다면 근무수칙 위반에 해당된다.

사고조사반은 수류탄이 어떻게 내무실에서 폭발했으며, 폭발한 수류탄이 어느 병사의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 결과 수류탄이 어느 병사의 것인지는 추정할 수 있는 단계지만 아직 확증은 할 수 없다"며 "당시 근무했던 GP 대원들을 대상으로 진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배경에 대해 군 내 인격모독이나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등을 지목하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누군가 군대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거나, 불만을 품고 고의로 수류탄을 던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 한계 드러낸 연천사고 대책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연천 총기난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GP에서 부대원들이 잠든 새벽시간대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철원 GP 수류탄 사고 발생시각은 23일 오전 1시50분께로 오전 근무교대를 위해 취침중이었다.

연천 총기난사 사건 역시 당일 오전 2시30분께 동료 병사들이 자고 있던 내무실에서 시작됐다. 연천과 철원 사건에서 사용된 수류탄 모두 KG14 경량화 세열수류탄이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군은 두 사건의 유사성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사건의 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연천 사건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에 할 말을 잃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장병들의 자기계발 여건 조성, 군복무 인센티브 제공, 장병인권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병영시설 개선 등 종합적인 병영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육군이 복무 부적응자(관심병사)를 대상으로 '비전 캠프'를 운영했으나,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사전에 가려내 사고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6년 비전캠프에 입소한 관심병사와 자살 우려 병사는 6,999명, 2007년에는 6,990명이었다. 그러나 3박4일 간의 비전 캠프를 마친 병사 중 2006년과 2007년 각각 13.6%, 13.0%의 병사들이 입소 전과 동일하거나 현역 복무 부적합자로 판정되는 등 교육 효과를 내지 못했다.

■ 피해 적었던 이유/ 세열수류탄, 바닥에서 폭발땐 파편 위력 감소

23일 오전 철원 GP 내무실에서 수류탄이 폭발했지만, 다행스럽게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군은 이번 사고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점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상황. 다만 일각에서는 수류탄의 위력에 대해 궁금증을 표시하고 있다.

이날 폭발한 수류탄은 금속 파편이 퍼지면서 살상 범위를 확대하는 '세열수류탄'의 일종인 KG14 경량화 세열수류탄이다. 무게 260g으로 1,000여개의 초미니 쇠구슬이 들어 있다.

세열수류탄은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파편(쇠구슬)이 전 방향으로 퍼지면서 살상력이 가장 커진다. 반면 지상에서 폭발하게 되면 파편이 튀는 각도가 제한돼 위력은 줄어든다.

내무실에서 병사들이 서 있지 않고 취침 중이거나 누워 있었고, 수류탄이 바닥에서 폭발했다면 인명 피해는 제한적일 수 있다. 수류탄이 침상 위가 아닌 침상 아래 복도 쪽에서 폭발했다면 더욱 그렇다.

군 관계자는 "아직 수류탄의 폭발 위치 등 당시 내무실의 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며 "다만 영화나 게임 등에서 표현되는 수류탄의 위력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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