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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자금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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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자금이 몰려온다

입력
2008.11.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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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유통업을 하는 재미동포 김모(58)씨는 최근 국내로 8만 달러를 송금했다. 현지에서 마땅히 투자할 데를 고르지 못한 김씨가 찾은 대안은 한국 부동산, 그 중에서도 서울 도심의 미분양아파트다. 부동산 가격 자체가 크게 떨어진 데다,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투자 메리트가 커졌기 때문. 그는 "최근 분양권 전매마저 자유로워지면서 사실상 계약금 정도의 목돈만 있으면 사놓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되팔 수도 있어 큰 부담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 최근 우리은행이 미국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등 3곳을 돌며 개최한 한국 투자설명회 현장에는 당초 예상 인원(150명)보다 배가 많은 300여명의 동포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구체적인 투자처를 염두에 둔 현지 한인들의 질문이 쇄도했고, 상당수가 한국에서 온 재테크 전문가들로부터 실전 투자전략을 배워갔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해외동포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여기에 환율까지 크게 오르면서, 달러를 가진 해외 동포들은 국내 부동산투자의 호기(好機)를 맞은 셈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현지 전자회사에서 근무하는 한모(50)씨는 요즘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살지, 신규 분양 아파트에 청약할 지 고민중이다. 현재 휴가까지 내서 귀국해, 이곳 저곳 부동산 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한씨는 "은퇴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노후를 보내고 싶은데, 달러를 가지고 한국 부동산을 사기엔 지금이 가장 적기인 것 같다"며 "아직 한국에 생활 기반이 있는 동포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 부동산 박람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종열 회장도 "현지 한인 부동산 업계 대표들과 동포 투자자들을 만나보니 놀랄 정도로 국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서 "협회로 걸려오는 동포들의 투자 문의도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동포의 한국투자에 대한 관심은 최근 외환 송금 실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은행 미국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이 국내 본점으로 송금한 규모는 1만113건 1억3,684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000여건 5,200만달러)에 비해 2.5배 가량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일본지점에서 한국 본점으로 지난달 송금한 규모도 2,274건, 26억5,400만엔으로, 1년 전에 비해 건수와 금액이 약 3,4배 급증했다"며 "이중 상당액은 환차익을 노린 송금이거나 부동산 등 국내 실물투자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미국 법인과 지점이 국내 본점으로 송금한 규모가 1억1,400만달러로, 두 달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 해외동포의 송금 경로는 예금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면서 "부동산 등 국내 자산과 원화의 가치가 동반하락하면서 외화를 보유한 동포들의 국내 투자기회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아예 분양난 타개를 위해 '동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일부 건설사는 분양 초기부터 해외 판매를 염두에 두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서울 남산자락에서 주상복합 '아이리스'를 분양한 롯데건설은 분양 초기부터 재미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LA와 뉴욕 등지에서 신문과 TV 분양 광고를 내는 등 현지마케팅에 나섰다. 롯데건설 최낙균 분양소장은 "현지 광고 후 미국에서 문의 전화만 100여통이 넘게 걸려 왔다"면서 "분양권 전매가 풀림에 따라, 적은 돈(계약금)으로도 환차익까지 보며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때문에 현지 한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금호건설은 해외부동산 전문업체와 함께 '리첸시아 방배' 미분양분을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분양가가 20억원 안팎인 초호화 오피스텔 '여의도 파크센터'를 분양하는 파크센터프로퍼티스도 조만간 해외 한인들을 상대로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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