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지는 두 가지 전시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디자인이 결코 멀리 있거나 높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전시들이다.
■ 평범한 소재들이 유혹적인 작품으로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디자인메이드'전의 주제는 '디자인을 통한 절감'. 경제위기의 여파 속에서 디자인을 통해 사물의 가치와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과 공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뜻이다. 국내외 디자이너 50여팀이 출품한 100여점이 나왔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붉은색 조명이 눈에 들어온다. 이상진씨의 작품 '일상의, 일상적이지 않은'이다. 럭셔리한 빌딩이나 호텔의 로비에나 어울릴 법한 이 작품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야채를 담거나 김장 할 때 쓰는 붉은색 소쿠리들을 연결해 만든 것.
일상적인 것이 일상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순간, 관람객들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평범한 일상의 소재들을 본래와는 다른 쓰임새로 디자인한 '자리 이동하기' 섹션이다.
남극의 빙벽 같은 느낌을 주는 독특한 질감의 소파(이광호씨의 '하얀 초콜릿')는 사실 스티로폼을 깎아 만든 것이고, 이겸비씨의 '돼지홍등샹들리에'는 속에 전구를 넣은 붉은색 돼지저금통들을 연결해 유혹적인 샹들리에로 재탄생시켰다. 그 아래에는 우리가 늘 앉는 의자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 '가난한 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가 놓여있다.
'해킹 이케아' 섹션은 올해 9월 네덜란드에서 열렸던 동명의 전시 출품작을 중심으로 꾸몄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대량생산 체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제품을 재창조한 것으로, 작은 스탠드 조명을 연결해 만든 데니엘 사크스의 '플라토닉 태양', 이케아의 대형 쇼핑백을 화분으로 활용한 '이케아 정원 가꾸기' 등이 눈에 띈다.
이밖에 사물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한 작품들을 모은 '기능 더하기', 버려지는 것들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되살려낸 '다시 사용하기' 등이 이어지고, 관람객을 위한 디자인 체험전도 함께 열린다. 12월 17일까지, 입장료 3,000~5,000원. (02)735-9614
■ 일상의 필요에서 탄생한 명품 디자인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현대카드가 공동 주최하는 '험블 마스터피스' 전이 열리고 있다. '디자인, 일상의 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전시는 MOMA의 건축디자인 부문 수석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가 기획해 2004년 뉴욕에서 첫선을 보인 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시작의 면면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다. 막대사탕, 클립, 라이터, 옷핀, 실핀, 성냥개비, 각설탕, 종이컵, 야구공, 립스틱, 구슬, 연필, 포스트잇 등. 모두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각각의 물건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왜 디자인의 걸작으로 꼽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일상에 숨어있는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츄파춥스 막대사탕은 1958년 스페인의 엔릭 베르나트 이 폰트야도사가 만들었다. 기존의 사탕은 아이들이 먹기에 너무 크고 손을 더럽히기 일쑤여서 엄마들이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엠엔엠스 초콜릿은 1930년대 스페인 내전과 관련이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던 미국인 포리스트 마스가 스페인 병사들이 초콜릿이 녹지 않도록 딱딱한 설탕껍질을 씌워 먹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 발명한 것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끼우는 '자바재킷 커피컵 슬리브'는 1991년 미국의 부동산업자 제이 소렌슨이 뜨거운 커피컵을 잡았다가 무릎에 커피를 쏟고 난 뒤 재생판지로 손잡이를 만들면서 탄생했다. 12월 31일까지, 입장료 무료. (02)580-13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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