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직 여성 A씨는 23일 샤넬 매장에 들렀다가 한숨만 쉬고 나왔다. 올 초만 해도 200만원대였던 핸드백 가격이 400만원대로 오른 탓이다. "이젠 '샤넬'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까보다. 여름께 친구들이 '지금 미리 사두는 게 남는 장사'라고 할 때, 금붙이 사재기하느냐며 무시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불황에도 럭셔리브랜드의 국내 판매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외신이 '럭셔리 가격은 오를 뿐 내리지않는다'는 업계의 금언이 깨지기 시작했다며 럭셔리업체들의 미국내 가격인하 움직임을 보도한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럭셔리브랜드 유치를 통해 고급백화점 이미지를 강조하며 고객유입효과를 거뒀던 백화점들은 가파른 가격상승이 고객 이탈로 이어지지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명품가격 최근 7~29% 인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럭셔리업체들이 환율인상분을 반영, 최근 국내 판매가를 줄줄이 인상했다. 루이비통은 지난달 30일 전 품목의 가격을 7~8% 씩 인상했다. 가장 대중적인 상품인 '루이비통 모노그램 스피디30'(가방)은 1월 72만원이었던 것이 9월 84만원으로 오른데 이어 현재는 91만원에 팔린다. 연초 대비 26%가 오른 셈이다.
샤넬도 지난 달 인기상품 가격을 20%이상 올렸다.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샤넬 클래식 캐비어M'(가방)은 올 초 270만원이었던 것이 7월 310만원으로 올랐고 현재는 401만원에 팔린다. 연초에 비해 48.5%가 오른 값이다.
구치도 이달 10일 대부분의 품목을 6% 안팎 올렸으며 에르메스는 시계와 그릇류를 15% 인상했다. 프라다도 대부분의 상품을 8~10% 가량 올렸다.
미국서는 소매경기 침체로 가격인하
국내 럭셔리 판매가격의 급등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최근 콧대높은 럭셔리업체들이 가격인하에 나서 주목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14일 "환율효과와 소매경기 하락으로 인해 샤넬 끌로에 베르사체 크리스찬로부틴 등 럭셔리업체들이 미국내 판매되는 대부분의 상품 가격을 8~10% 정도 낮췄다"고 보도했다.
미국내 가격하락은 유로 대비 달러 강세에 기인한 측면이 크지만(4월 유로당 1.58달러에서 11월 1.28달러) 다른 한편 럭셔리업체들이 미국내 소매경기 둔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내년 봄여름 상품의 미국내 소매점 납품가를 10% 인하한 끌로에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은 돈이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럭셔리업계에도 가격 천장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WSJ은 럭셔리패션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니만마커스 백화점의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7%, 삭스핍스애비뉴는 16.6% 각각 하락한 것을 근거로, 럭셔리업계도 세계적인 불황의 그늘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명품 급등에 백화점 '고객 떠날라'
럭셔리 가격의 급등은 당장 국내 백화점들에 불똥이 튈 전망이다. 연초 백화점업계는 환율급등의 반사이익을 크게 누렸다.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대신 백화점 구매가 크게 늘었고, 환율상승분을 바로 반영하는 면세점에 비해 싸다는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매출 고공행진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산디플레가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럭셔리 소비층인 부유층의 소비는 3분기 전년 동기대비 0.1% 역신장했다. 올 들어 평균 30%를 넘던 백화점 럭셔리매출은 9월에는 24.7%로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치솟는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 가능한 선을 넘어갔다'는 신호로 읽힐까봐 걱정"이라면서 "장기불황이 현실화하는 데 그나마 고객 유인효과를 누릴 수 있는 명품 메리트가 떨어지면 백화점 전체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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