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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부님의 클린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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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부님의 클린콘텐츠

입력
2008.11.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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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의 고령인데도 멈추지 않는다. <야생닭 클럽> 과 <사랑에 빠진 야생닭> 의 12월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나치독일의 강제수용소에서 생명과 종교적 양심을 놓고 고뇌하는 신부 이야기인 독일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아홉째 날> 을 낸지 1년 만이다. 너무 뜸하고 느린 게 아니다.

이번에도 혼자 작품을 찾아 판권을 계약하고 손수 번역과 편집까지 했다. 한 가닥 희망으로 버티던 미국 메이저 직배사까지 미련을 버리고 철수한 국내 비디오ㆍDVD 시장의 황폐한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신념과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웬만한 사람은 이제 독일 출신의 하인리히 세바스찬 신부님을 안다. 한국 이름은'임인덕'이고, 42년째 한국에 살고 있으며, 1970ㆍ 80년대에는 <해방신학> 으로 유명한 분도 출판사를 이끌었고, 지금은 베네딕도 미디어(www.benedictmedia.co.kr)를 통해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은 영화를 보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말하는 좋은 영화는 사랑, 양심, 믿음, 소망, 가족, 평화, 용서의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영성을 지닌 영화는 눈 앞에 머물다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깊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신부님이 아니었다면 정말 평생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타르코프스키, 배르히만 감독의 대표작들은 물론이고 <나무를 심은 사람> <레오니오니의 동물우화> <핑크 트헨과 안톤> <쌍둥이 찰리와 루이제> 같이 소설이나 동화로만 만났던 작품들도 그의 손과 발을 거쳐 우리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됐다. <야생닭> 시리즈 역시 고향 독일에서 찾아낸 소년ㆍ 소녀들의 맑고 아름다운 우정과 사춘기 사랑 이야기다. 3년(12세와 15세)동안 청소년들의 성장과 변화를 같은 인물로 보여주는 독특한 구성도 재미있다.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등 각계 지도급 인사 200여명이 모여 '대한민국 클린콘텐츠 국민운동연합 발대 및 협약식'을 가졌다. 폭력성, 음란성, 사생활침해, 사행성, 불법복제 콘텐츠를 몰아내고 명칭 그대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깨끗한 콘텐츠를 보급하고 사용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큰 외침이 아니라 작은 실천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묵묵히, 어떤 어려움에도 멈추지 않고 그 길을 가고 있는 파란 눈의 노 신부님을 보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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