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간신히 1,000포인트를 회복했지만 곳곳에 암초가 있다.
첫째, 실물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내년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불과 1~2개월 사이에 극단적 비관으로 무게가 실리는 양상인데, 그 만큼 주변 상황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가계는 집값 하락과 주가 급락, 실질소득 정체, 고용 불안으로 이미 긴축에 들어갔다. 기업은 미래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자금 시장의 경색으로 투자는 뒷전이며 현금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소비는 소비대로 투자는 투자대로 얼어붙었다.
수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11월 수출은 자칫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 대중(對中) 수출은 이미 크게 줄었다. 금융위기도 위기지만, 실물경기 하강이 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
둘째, 부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경험을 떠올려보면, 구조 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늦으면 비용은 늘고 부실이 전염될 수 있다. 부실이 처리되지 않는 이상, 금융 기관은 몸 사리기에 급급할 것이고 돈맥 경화 현상이 심해져 멀쩡한 기업도 하루 아침에 부실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선진 시장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현상이 이제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셋째, '주식회사' 미국이 금융위기의 여진에서 또 다시 충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금융의 씨티그룹과 제조의 제너럴포터스(GM)이 복병이다. 씨티는 분할 매각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GM은 정부 지원이 무산되면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말까지 생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인데 해법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주가도 그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들 악재가 버틴 이상, 주식 시장은 험난한 행보를 보일 것이다. 물론 기술적 반등은 언제든 가능하겠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반토막 이상 하락한 현 주가에서 보유 주식을 팔고 시장을 떠나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라는 말처럼 지금의 고통은 미래에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불황을 이겨내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핵심 우량 종목이어야 한다는 것. 호황 국면에서 일등기업과 이등기업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불황국면에서 일등기업과 이등기업의 차이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다. 바로 이 점이 일등 기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이유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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