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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가 대영도서관 등서 8년간 고서적 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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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가 대영도서관 등서 8년간 고서적 절취

입력
2008.11.2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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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백만장자 수집가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유수의 도서관에 보관된 진귀한 고서적의 낱장들을 잘라내 반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디펜던트와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이 23일 전한 바에 따르면 이란 출신의 자산가로 올해 60세인 파르하드 하킴자데는 8년간 옥스퍼드 대학의 보들라인 도서관, 대영도서관 등을 드나들며 수백년 된 고서적들 대출해 열람실에서 칼로 중요 페이지들을 절취한 뒤 자신의 집 수장고로 가져갔다.

하킴자데는 이란유산기금의 고위 관계자이자 저명한 역사학자겸 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런던 주재 자선단체의 총재 직을 맡고 있다.

그가 손을 댄 귀중 도서는 모두 150권이다. 그는 1527년에 만든 책에 끼여 있던 3만 파운드(약 6,700만원)를 호가하는 고지도와 1621년 예수선교회 책의 페이지 등도 절취했다. 이로 인해 대영도서관이 입은 손해만 해도 7만1,000파운드에 달하는 등 총피해액은 100만 파운드(22억3,400만원)로 집계됐다. 그러나 고서적 전문가들은 범행의 대상이 된 책들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화유산이어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런던경시청의 데이브 콥 형사에 따르면 하킴자데는 대출이 드문 책을 택해 몇 페이지만 떼어내는 등 전문가가 아니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수법을 썼다. 대영도서관의 고서전문가 크리스틴 젠슨 박사는 “영국의 중동 식민사에 관한 책들이 많이 손상됐는데 관련 분야에 조예가 있는 하킴자데 본인도 손실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 것”이라며 분개했다. 그는 또 “하킴자데는 전문가적 식견을 활용해 희귀 도서의 제일 중요 부분을 절취했다”며 “부자이면서도 개인적인 욕심을 위해 공공 자산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하킴자데는 2006년 6월 대영도서관에서 17세기 고도서를 열람하던 사람이 책에서 외과용 메스 흔적을 찾아내 도서관 측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하킴자데의 범행을 밝혀내기 위해 그가 8년간 대출했던 16세기 책을 비롯한 842권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하킴자데가 훔친 희귀본 수백쪽은 600만 파운드(135억원)에 이르는 그의 호화저택에서 그대로, 또는 같은 책의 복사본에 붙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자신의 컬렉션을 풍부하게 만들려고 그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된다. 대영도서관에서 10차례, 보들라인 도서관에서 4건의 절도를 자백한 하킴자데는 내년 1월16일 우드그린 왕실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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