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최모(56ㆍ여)씨는 지난 6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사설펀드업체로부터 "5,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에 이자만 20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돈을 맡겼다. 7, 8월 두 달은 약속대로 이자를 받았다. 하지만 9월 이후 연락이 끊겼다.
부랴부랴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최씨는 "처음에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길래 확실하다고 믿고 돈 벌 생각만 했는데 황당하다"면서 "나처럼 당한 피해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고수익 보장'을 내걸고 거액을 끌어 모은 사설 계나 펀드가 파산하는, '다복회' 유사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운영자금이 2,200억원에 달한 강남 귀족계 '다복회'보다 규모는 적지만, 고수익을 내세워 돈을 끌어 모은 것이나 경기급랭으로 파산한 것 등이 '다복회'와 닮았다. 이로 인한 고소ㆍ고발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통화환율변동 파생상품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남기게 해 주겠다면서 1,000여명으로부터 총 270억원을 받아낸 L투자업체 대표 정모씨 등 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업체 관계자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환율 변동을 이용한 시세차익으로 연 40∼5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데려오면 배당금을 지불하는 다단계 방식을 활용, 단기간에 270억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변하면서 원금을 날렸고 결국 지난달 7일 부도가 났다.
가까운 지인들을 상대로 고수익 투자를 권유하거나 계를 운영하다 돈을 떼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윤모(36ㆍ여)씨는 "대기업 협력업체 공사 보증금을 대신 내주면 원금의 20%가 넘는 이익을 주겠다"며 친구와 친척, 선후배 등 10여명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윤씨를 믿고 돈을 맡겼다가 발등을 찍힌 피해자들은 윤씨를 울산 남부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15일 경북 예천경찰서는 순번계를 운영하며 곗돈을 가로챈 혐의로 모 지역 기초의원 A씨의 아내 B(49)씨를 구속하고, A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기초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유지'대접을 받던 C씨는 졸지에 사기범으로 전락했다.
경찰은 장기불황 속에서 고이율을 내세운 사설펀드나 계 모집이 더욱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사설 계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할 것으로 예상돼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상식을 벗어난 높은 이율을 제시하는 투자 권유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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