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정유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휘발유의 국제 시세가 원유보다 더 싼 이상 현상이 이어지며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21일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42.91달러를 기록한 반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선 휘발유(옥탄가 92 기준)가 38.41달러에 거래됐다. 중국이 휘발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아선 데다가 업체들이 앞으로 재고가 쌓인 것을 우려, 보유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 서울 시내 몇몇 빌딩 주차장엔 번호판도 없이 먼지만 가득한 자동차가 즐비하게 쌓여가고 있다. 대리점이 본사에서 할당 받았으나 팔지 못한 승용차를 장기 주차해 놓은 것. 수입차 업체도 최근 10~20%씩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사 가는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비용이 큰데다 해가 바뀌면 가격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어 파격적인 가격으로 처리하려 해도 판매량은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이 확산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ㆍ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현상에 몸살을 앓고있다. 공장마다 재고가 쌓이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아예 가동라인을 중단하고 있다. 수출화물로 북적여야 할 전국 주요 항만에는 빈 컨테이너만 가득하다.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물가 하락으로 국내 실물 경제와 시장에선 이미 디플레이션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은 석유화학산업 현장이다. 원유를 정제할 때 생산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는 지난 7월 배럴당 120달러선을 돌파했었으나 최근에는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소비국의 수요 감소로 나프타를 원료로 한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이 더욱 빨리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경우 2,3개월전에 고가의 나프타를 대량 구매한 터라 지금 같은 상황에선 공장을 돌리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 이에 따라 SK에너지가 울산 나프타분해(NCC) 공장을 지난달 가동 중단한 데 이어 국내 최대 NCC 업체인 여천NCC도 19일 3개 공장 가운데 1개동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의 판매량 감소와 건설 경기 침체는 포스코,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철강업체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제품을 생산하지만 수요처가 없어 본사 야적장은 물론 중간 유통사 창고에 생산제품이 쌓여가고 있다. 한 철강사 임원은 “야적장에 재고를 쌓아 놓는 것도 한계에 달해 이젠 생산량을 줄일 수 밖에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디플레이션의 전형이다. 주력 제품인 1기가비트(Gb)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23일 현재 1.06달러까지 하락, 1년만에 반의 반 값이 돼 버렸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문을 닫는 기업들도 늘어 이달들어 부도 법인수는 23일 현재 246개로, 9월(203개)수준을 넘어섰다.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이달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며 부산 인천 울산 등의 주요 수출입항에는 선적되지 못한 빈 컨테이너들이 쌓여 장치율이 90%를 넘고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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