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원칙과 현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원칙과 현실

입력
2008.11.24 06:06
0 0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요즘 매우 신중하다. "취임하기 전까지는 미국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한 사람 뿐"이라며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동 때 취재진에게 잠깐 얼굴을 비친 것을 제외하면 16일 부인 미셸과 함께 CBS 방송에 출연한 것이 대선 승리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전부이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G20 금융정상회의에도 측근 2명만 대리인으로 보내 '낮은 자세'로 각국 정상들의 말을 듣는 데 주력했다. "미국 대통령이 하나인 것은 맞지만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오바마의 '조용한 행보'는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역설적인 설명이 가능할 듯 하다. 부시 정권 8년이 미국에 남긴 폐해가 너무 크다 보니 이를 원상복구 하기 위한 준비도 그만큼 길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년만의 정권교체, 최초의 흑인대통령에게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워낙 크다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다.

국제사회의 과도한 기대 부담,

오바마에게 놓인 어려운 도전 중의 하나는 외부의 과도한 기대감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오바마의 당선이 결정되자마자 이런 저런 요구를 숨가쁘게 던지고 있다. 러시아는 오바마의 승리가 확정되기가 무섭게 미국이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강행하면 이에 맞서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겠다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레흐 카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오바마와의 당선 축하 전화 뒤 "오바마 당선자가 미국의 MD 프로젝트는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바로 오바마 측에서 "MD 체제를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 성명을 내는 촌극도 벌어졌다. 유럽은 부시 정부의 대 이란 정책의 재고를 요구하며 "미국 정부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중동특사였던 데니스 로스를 통해 대 이란 강경책을 흔들림없이 이어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오바마의 외교안보 보좌관인 데니스 맥도너는 대선 직후 "친구와 우방들로부터 많은 생각을 전달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취임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곤혹감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오바마의 의지를 시험하는 듯한 징후는 이미 나타났다. 북한이 핵물질의 시료채취와 외부 반입 등을 문제삼아 6자회담 재개에 다시 어깃장을 놓고 있고, 이란은 이스라엘은 물론 유럽 남동부까지 사정거리안에 두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보수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의) 그런 행동에 미국이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밝혔어야 했다"며 벌써부터 오바마측의 밋밋한 외교적 대응을 쟁점화할 태세이다.

'변화' 메시지 실천해야

조용한 가운데 오바마 당선자는 차기 정부의 주요 포스트를 맡을 인물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경선에서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 47세 동갑나기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 제임스 존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령관 등이 중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경험과 능력을 중시한 링컨과 케네식 식 '포용의 정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정의 안정성'을 중시하다 보니 대선 때 공약했던 '변화'의 메시지에서는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끌고 갈 미국의 새 진로가 어떤 모습일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을 기대하며 국제사회가 바랐던 새로운 미국의 원칙과 명분이 흔들리지는 않아야 한다. 그래야 기대가 컸던 만큼의 실망과 혼란이 커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