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헥타르에 이르는 남미 에콰도르의 야스니(Yasuni) 우림은 다양한 동식물과 원시부족이 어울려 살고 있는 원시림이다. 제주도 면적의 28배에 달하는 이 지역은 멸종위기에 처한 하얀배 거미원숭이를 비롯해 산맥 재규어 등 희귀 동식물이 많아 유네스코(UNESCO)가 일찍이 생물권보존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우림 아래 무려 1억 배럴에 이르는 석유가 매장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평화로운 생태계에 위기가 닥쳤다.
국민 60%가 빈곤층에 속할 정도인 빈국 에콰도르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석유개발을 통한 경제발전은 정상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개발 대신 우림의 '영원히' 보존을 선택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20일 보도했다.
경제개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에콰도르는 조금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우림을 파헤쳐 석유를 생산하는 대신 탄소배출권을 유럽 국가에 팔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슈피겔에 "석유 생산 시 발생할 탄소량을 계산,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바꿔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에콰도르가 예상하는 우림의 탄소발생비용은 약 3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세계적인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졌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규모가 2006년 310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1,5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르셀라 아귀나가 에콰도르 환경부 장관은 "수입은 우림 보호, 환경 친화적인 농촌 개발, 토착부족 보호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는 같은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생태계 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레아 대통령은 탄소배출권 판매를 위해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잇따라 방문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아직은 온실가스감축의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콰도르 정부는 '발리 로드맵' 채택에 따라 내년까지 세계 각국이 구체적인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판매는 금세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에콰도르의 불안전한 정국이다. 로이터통신은 "10년동안 8번의 정권교체가 일어날 정도로 불안한 에콰도르가 국제적인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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