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가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들이 언급했던 '3%대후반~4%대' 전망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최근엔 대체로 기대수준이 높았던 대통령과 장관까지 나서 2%대를 공공연히 밝힐 정도다.
급기야 외국계 한 기관은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급랭하는 경기와 함께 성장률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락하는 형국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 중후반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이달 3일만 해도 내년 성장 전망치를 3.8~4.2%로 예측한 바 있으나 불과 보름 만에 장관이 1%포인트 이상 기대치를 낮춘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성장률 전망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추세라든지 여러 상황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김 의원이 "2%대 중후반으로 전망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했을 때, "IMF가 당초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내다봤지만 앞으로 조금씩 낮춰 3% 이하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카드대란이 있던 2003년에도 3.1%를 기록했었다.
대체로 국내 기관보다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보는 외국계 기관에서는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측해 충격을 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UBS증권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예견했다고 보도했다. UBS는 지난달 말까지 내년 성장률을 1.1%로 예측했었다. 홍콩 소재 UBS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던컨 울드리지는 "시스템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버블이 터지고 있다"며 "수출 둔화와 실업률 증가, 가계빚 확대 등의 요인이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이날 "내년 한국의 개인소비 성장세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3.8%였던 기존 전망치를 2.7%로 낮췄다.
대략 3.5% 전후를 예상했던 국내 연구기관들도 최근 줄줄이 내년 전망치 하향조정을 준비중이다. 특히 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할 내년 성장률 전망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당국의 한 관계자는 "급격한 내수위축에 더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글로벌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내년 성장률은 예상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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