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사랑한 것은 떠나갑니다. 모질게 쳐내고 잘라낼 필요는 없어요.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봐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면, 그것들은 어느 순간 길 떠날 채비를 합니다."
상실의 시대이고, 더불어 치유의 시대다. 가슴 한편이 소금밭인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의 편집장 출신인 박미라(44ㆍ사진)씨는 치유의 수단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 글쓰기를 통한 소통과 자기구원의 이야기가 에세이집 <치유하는 글쓰기> (한겨레출판 발행)로 묶여 나왔다. 치유하는>
"잠 자다가 무서운 소리를 들으면, 뭘까 궁금해 미치면서도 막상 가서 확인할 용기가 안 나잖아요.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상처, 혹은 내면의 공포도 마찬가지예요. 직면할 마음을 먹기 쉽지 않지만, 꺼내 놓고 보면 늘 별 게 아니죠."
박씨는 치유로서의 글쓰기가 '덜어내기'와 '거리 두기'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상담자를 찾아갈 용기가 없는 사람, 말로는 미처 하지 못할 상처를 간직한 사람에게도 효과 있는 자기 치유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참으로 탁월한 도구예요. 복잡한 심정을 종이 위에 적는 것만으로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일단 덜어내고 나면 자연스레 거리가 생기죠. 그렇게 '내면의 아이'를 바라보고 얘기를 나누고 나면, 행복하게 떠나보낼 수 있어요."
박씨의 전공은 심리학이 아닌 여성학이다. 그런데 출판사와 잡지사의 기자로 일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에게 '얘기를 듣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깊어지는 관계의 매력'에 이끌려, 지금은 심신통합치유학을 공부하며 글쓰기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책에는 아프고 힘겹게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글로 덜어내며 스스로 치유해가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빼곡 실려 있다.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거두고, 내 속에서 웅숭거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커버렸기 때문에 누군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지도 몰라요. 자신만이 자신을 돌볼 수 있어요. 다들 그럴 나이가 된 거죠."
유상호 기자
사진 최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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