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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BS 수신료를 올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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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KBS 수신료를 올리려면

입력
2008.11.2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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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를 인상할 이유는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올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우선 1981년 이후 22년째 2,500원으로 묶여 있다. 그 동안 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매체 사용 비용이 몇 배씩 올랐다.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 비중은 전체 재원의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광고를 비롯한 상업적 수입이 절반을 넘는 반 공영적 재원구조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이유와 명분은 충분한데

공영방송이란 모름지기 '이윤 추구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송으로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는 방송'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신기술 매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도 시급하다. 2012년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래 전에 이미 국민에게 약속한 국가정책적 일정이다.

이런 막대한 신규 투자 또는 사업비를 방송사 스스로 마련하라는 것은 적어도 공영방송에 주문할 일은 아니다. 아예 공영방송임을 포기하고 민간상업방송으로 전환하라는 말과 같다.

이렇듯 당연하면서도 절박한 이유가 있는데도 왜 수신료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KBS의 흔들리는 정치적 위상 때문이다. KBS가 흔들린다기보다는 KBS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 탓이다. 그들은 가장 비정치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용되도록 자율을 보장해 주어야 할 공영방송을 관영 또는 국영 방송처럼 자의적으로 소유하고 이용해 왔다. 정권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사장부터 입맛에 맞는 인물을 찾아 앉히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어 왔다.

정치적 전리품 분배 공방이 계속되는 한 정권이 몇 번씩 바뀌어도 수신료는 올릴 수 없다. 수준 높은 공영방송은커녕 갈수록 품위 없고 천박한 방송으로 남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영방송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본격적인 컨텐츠 경쟁에서도 살아 남기 어렵고, 공익성 짙은 프로그램 제작 원칙을 지키기도 힘겨워질 것이다. 공영방송 KBS는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처럼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우리의 시대적 불행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수신료는 인상되어야 한다.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그럼 언제인가라고 되묻고 싶다. 방만한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적 운용전략을 수립하여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을 먼저 하라는 식의 요구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먼저 수신료를 현실화하고 보다 더 철저한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치적 운영부터 중단을

그러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몇 가지 악습과 고질적 병부터 치유해야 한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 나타나듯이 순수한 의미의 편성적 고려가 아닌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일부 시사교양 프로그램 폐지, 제작진 교체, 방송시간대 이동 등과 같은 정치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코드, 관제, 밀실개편 철회'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는 KBS 기자와 PD가 존재하는 한 수신료 인상 요구는 애초부터 정당성을 잃는다.

KBS 안에서 먼저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까지도 끌어안고 진정한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유언론, 민주언론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더 이상 KBS 수신료 현실화 문제가 정치적 문제로 흐르지 않도록 KBS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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