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으쓱 들고/ 건들건들 건들대다 / 잽싸게 도망치는 불량 꽃게'(박성우 <불량 꽃게> 에서). '고양아, 넌 정말 눈이 예뻐/ 그런데 눈에 눈꼽이 끼었네…'(이안 <고양이와 통한 날> 에서). '할머니가 옛날 사탕을 하나 주면서, 사탕 하나에 든 고소한 맛이 얼마나 긴 줄 아느냐고 물었다'(곽해룡 <맛의 거리> 에서). 맛의> 고양이와> 불량>
어린이 문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진 시인 3명이 한꺼번에 동시집을 펴냈다. 각 시집의 표제작만 들춰봤는데도, 어린이의 수정체만큼 투명한 마음의 렌즈가 여실히 느껴진다. 아이들, 아니 동시를 쓴 시인의 눈에 비친 어른의 생활은 이렇다.
'아빠는 회사에서 물먹었고요/ 엄마는 홈쇼핑에서 물먹었대요/ 누나는 시험에서 물먹었다나요 (중략) 근데요 저는요/ 만날만날 물 먹어도요/ 씩씩하고 용감하게 쑥쑥 잘 커요'(박성우의 시 '콩나물 가족').
시집의 화룡점정은 세 화가가 그린 삽화다. 동양적 정서가 짙은 김세현, 현대적 감각의 이량덕, 동심의 고갱이만을 담은 듯 추상적인 신철의 그림이 시와 이루는 풍경은 탐스럽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 3월 김은영의 <선생님 이긴 날> 부터 동시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기성 시인들의 동시집을 내왔다. 내년 3월께는 권오삼, 권영상, 최종득 세 시인의 동시집이 함께 나올 예정이다. 정진규, 송찬호, 문태준, 문인수, 장옥관, 유강희, 김륭 등 다른 시인들의 동시집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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