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물결이 미국에 출렁이고 있다."(Korean film wave ripples to the U.S.ㆍ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 온라인' 13일자 )
변방에 머물던 한국영화 리메이크가 최근 할리우드 중심부로 속속 입성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흥행술사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국판 '올드 보이'를 연출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출한 고어 버빈스키가 미국판 '괴물' 제작에 나선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마크 포스터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리메이크작 연출 협상을 벌이고 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추적자'의 미국판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는 등 한국영화 리메이크가 할리우드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최근 3년 사이 급물살을 탔다. 2006년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를 미국 스크린에 옮긴 '레이크 하우스'를 신호탄으로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미러'와 '엽기적인 그녀'를 미국식으로 푼 '마이 쎄시 걸'이 2008년 잇따라 제작됐다.
미국 흥행순위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레이크 하우스'는 제작비의 3배에 해당하는 1억1,43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미러'는 6,819만 달러의 수입을 거뒀다. '마이 쎄시 걸'은 개봉조차 못하고 DVD점으로 직행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과히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인기 배우 키애누 리브스와 산드라 불록이 출연한 '레이크 하우스'의 제작비는 4,000만 달러. '미러'와 '마이 쎄시 걸'도 3,000만 달러 선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비가 1억 달러 가량은 되어야 대작 대접을 받는 할리우드에선 '중저가 영화'에 불과한 것이다.
감독들도 이들 영화에 대한 제작자의 시선을 가늠케 한다.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레이크 하우스')와 알렉산더 아자('미러'), 얀 사무엘('마이 쎄시 걸')은 유망주 정도 취급을 받는 비주류 감독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리우드 거물들이 잇달아 한국영화 리메이크에 나서는 것은 한국영화의 할리우드 진입에 희망적인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리메이크 붐은 한국 감독들의 이름값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할리우드 주류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감독 등 해외에서 인정받은 감독들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들 작품의 리메이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의 주류 진입은 국내 영화계에 새로운 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현동 CJ엔터테인먼트 해외투자배급부 부장은 "할리우드 주류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그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라며 "한국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과 향후 리메이크 판권 가격 등이 함께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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