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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루머도 결국 민심이다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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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이없는 낭설로 여겨질 일이다. 민주화의 물꼬를 튼 6월항쟁의 함성이 잦아든 지도 어언 21년. 지금 세상이 어느 땐데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많은 영화인들은 최근 충무로를 떠도는 정치력 압력에 대한 몇몇 루머를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실로 믿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29년'의 제작이 최근 투자 부진으로 중단됐다. 제작사 청어람이 "제작 무산이 아닌 잠정 중단에 불과하다"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충무로에선 고약한 소문이 번져가고 있다.

군부의 진압으로 광주에서 가족을 잃은 주인공들이 '그 사람'으로 표현되는 전직 대통령 암살을 계획한다는 영화 내용이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모 기관이 전화를 걸어 제작 중단 압력을 가했고, 청어람이 결국 손을 들었다"는 식으로 소문은 구체적이다.

은퇴를 앞둔 전문 킬러와 여자 의뢰인이 예기치 않던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 '킬 미'도 닮은 꼴 괴담에 휩싸여 있다. 정치적으로 무채색일 듯한 이 영화와 관련, "킬러가 국회의원을 청부 살해하는 장면을 모 정부 부처가 불경하다며 삭제를 요청했고 영화사가 이를 수용했다"는 소문이 영화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2' 홍보를 위해 방한한 흑인 코미디 배우 크리스 록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그가 잘못하면 여지없이 코미디 소재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자 코미디의 일가를 이룬 그는 "법적으로 소재의 제한은 없다. 다만 사람들을 정말 웃길 수 있느냐에만 신경 쓸 뿐"이라고도 했다.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단단한 사회적 믿음이 엿보인다.

충무로의 잇따른 루머를 일부 영화인들의 근거없는 피해의식의 표출로만 치부해야 할까. 루머도 결국엔 민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충무로가 독재시대로 회귀한 듯하다"는 일부 영화인들의 푸념엔 현 정권의 영화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반영돼 있다. 충무로의 마음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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