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이 매각을 포함한 비상 자구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20일 하루동안에 주가가 26% 폭락하는 등 이번주 들어 4일만에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씨티은행의 자금사정은 문제 없다던 경영진들의 낙관론이 자취를 감췄다. 현재 주당 가격은 14년 전 수준인 4.55달러이다. WSJ은 "최근 씨티그룹의 주가 급락으로 불과 몇 주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비상 시나리오들을 검토해야 할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2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전통적 장벽을 허물고 세계로 진출해 현재 106개국에서 2억명의 고객을 가진 세계최대 규모의 종합금융그룹으로, 글로벌 금융시대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세계적 금융위기에 직면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20일 시장에 매각설이 유포되자 이례적으로 "자본금과 유동성 모두 문제가 없으며, 투자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긴급 해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초 증자로 최대 주주로 떠오른 사우디 알 왈리다 빈 타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추가 주식매입을 통해 현재 4% 내외인 지분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자금 압박과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와코비아에 이어 최근 체비 체이스 등 중소 지방은행 인수합병에 나서는 무리한 행보도 투자자의 불안을 키웠다. 게다가 와코비아 인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밀려 좌절됐고, 체비 체이스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인수 성공이 불투명하다. WSJ은 "와코비아 인수 실패가 씨티은행 신뢰 위기의 중요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매각이나 합병에 앞서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를 검토할 수 있다. 씨티그룹의 노른자 자회사로 평가받는 증권사 스미스 바니, 글로벌 크레디트카드 등이 매각 물망에 올라있다. 하지만 씨티그룹의 경영 다각화의 열성적 지지자인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자회사 매각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결국 씨티그룹이 매각이나 합병 카드를 고려하게 된다면 가장 유력한 대상은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팬디트 CEO가 오랫동안 근무해왔으며, 존 맥 모건 CEO와 절친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다. 씨티와 모건은 9월 합병 문제를 협상했으나, 모건은 씨티의 상업은행 부분만 관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모건스탠리와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1일 "경영진 일각에서 씨티그룹 본사 매각을 주장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씨티은행 경영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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