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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한상훈, 뒤집기 한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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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한상훈, 뒤집기 한판승!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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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3단, 1988년 경남 진주출생. 2006년 12월 만18세에 프로 입문. 약간 늦은 감이 있는 입단이었다. 나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동문 수학한 김원 도장 후배다.

상훈이는 어린 시절 무척 조용한 아이였다. 볼살이 통통해서 '불독' 이라고 놀려도 그냥 웃기만 했다. 말도 별로 없는데다 크게 눈에 띄는 기재를 보인 것도 아니고 그저 아무 말없이 바둑 공부만 열심히 하던 그냥 평범한 후배였다. 그랬던 상훈이가 오늘날 이렇게 '괴물 초단'으로 이름을 날리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바둑을 정말 좋아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상훈이가 연구생 9조에 있을 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전교 1등 하는 게 좋으냐, 연구생 8조 올라가는 게 좋으냐" 는 질문에 대뜸 연구생 8조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연구생 올라 갈래"하면 아이스크림을 선택했을 나이인데.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사실 학교 성적 1등은 이미 하고 있었단다.

상훈은 입단이 많이 늦었다. 보통 빠르면 중학교 때 늦어봐야 고2 정도에 입단하는데 고3 초가 되도록 입단이 안 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김원 사범님도 피가 마르고 부모님도 애가 타고 그 땐 정말 전쟁이었다.

사실 입단이라는 게 옆에서 보면 결국 할 거 같아도 본인은 초조하다 못해 당장 바둑을 그만 두고 얼른 수능 공부해서 대학가야 되는 거 아닌지를 하루에도 수백 번씩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2006년 12월,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입단을 했다. 정말 내가 다 속이 시원할 정도였다. 아우~, 아직도 그냥 눈물이 나네.

늦깎이로 입단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곧바로 정말 엄청난 뒤집기 한 판승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듬해 한국리그 본선에 올라가더니 이내 왕위전 4강, 이어서 다들 알 법한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진출.

사실 연구생 1조들은 대부분 프로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도 입단 전엔 프로에게 50% 이상 성적 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입단하고 나면 금방 거의 대등해 진다. 입단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숨통이 트이면서 오는 자신감이다.

연구생 시절 상훈이의 부담감이 남들보다 훨씬 컸다면 입단 후의 자신감이나 속 시원함도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컸을 터이니 이거야 말로 '전화위복'이었다.

요즘 보니 어릴 때 몰랐던 상훈이의 끼가 보이기 시작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랩 실력이 수준급이다. 무반주 랩도 척척, 나중에 바둑TV 리포터한테 살짝 귀띔 해줘야 겠다. 생방송으로 그 랩을 본다면 정말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기풍 또한 한 마디로 '깡패 스타일'. 상훈이의 이미지만 보고 집바둑일 거라고 상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가끔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세게 두기도 하고 또한 매우 창의적인 바둑을 추구한다. 그는 이미 한국 바둑계가 잘 가꿔 나가야 할 귀중한 보석이 되었다.

바로 2년 전 이맘때와 비교하면 상훈이의 인생은 완전 '대박 역전'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다. 세계의 쟁쟁한 승부사들 사이에서 좀더 오래 버텨내려면 연구생 때 못지않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도 입단이 너무 힘들어 중간에 그만 두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한 번만 더 도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쩌면 불과 6개월 뒤에 상훈이 같은 멋진 뒤집기 한판 승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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