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법원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용의자 5명을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지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향후 미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리차드 레온 미 지역판사는"정부가 알제리인 수감자들과 알 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하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은 단일 소식통에 근거하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고 CNN이 20일 전했다. 그러나 6번째 알제리인 용의자인 벨카셈 벤사야는 알 카에다 공작원과 함께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테러를 가하려고 한 혐의가 인정돼 석방되지 않았다.
원고측 6명은 수용소 내에서 전화를 통해 판결문을 들었으며 수감자 변호인들은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벤사야에 대한 구금을 계속하라는 판결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다. 석방되는 수감자들은 체포 당시 살고 있던 보스니아에서 입국 허가를 받아 그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이들 6명은 폭탄 테러 혐의로 2001년 10월 보스니아 당국에 체포된 뒤 2002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로 넘겨졌으며 기소 절차도 없이 적 전투원으로 간주돼 7년간 구금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이들이 사라예보 주재 미 대사관을 노린 폭탄 공격을 계획했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01년 아프가니스탄 행을 계획한 혐의만을 인정했다.
9ㆍ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기 위해 2002년 1월 설립된 쿠바 미해군기지 내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현재 255명이 구금돼 있으며 대다수는 기소 절차도 없이 수년씩 갇혀 있다. 한때 40개국 750여명이 구금돼 있었으며 잠 안 재우기, 성고문, 코란 모독 등의 인권침해 문제로 유엔과 국제 앰네스티, 유럽연합(EU)까지 미국 정부에 폐쇄를 요구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중국 등 다른 나라에게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을 강조해 온 미국의 이중성과 독선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이번 석방 판결은 다른 수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예정이다. 하지만 수감자 석방 시 받아줄 나라가 별로 없으며 앞으로 새로 생기는 테러 용의자를 어디에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어 수용소를 완전히 폐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는 복잡한 정치적ㆍ법적 문제가 뒤섞여 있어 오바마 정부의 첫 안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