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뱅상 줄 등 지음ㆍ임희근 옮김/궁리 발행ㆍ376쪽ㆍ1만5,000원
한 사람이 식당 의자에 고가의 가방을 두고 화장실을 간다. 그 사이 누군가가 그 가방을 슬쩍 집는다. 옆 테이블 사람이 이를 제지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의 한 실험연구에 따르면 12.5%만이 적극 나서서 절도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험 조건을 아주 조금만 바꾸니 전혀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고가의 가방 소지자가 옆 테이블 사람에게 "가방 좀 봐주세요"라는 한 마디 말을 하고 자리를 떴을 때 95%의 사람들이 절도행위를 저지했다.
유사한 실험은 더 있다. 모르는 행인에게 접근, "10센트만 달라"고 요구했을 때 십중팔구는 거부를 당했다고 한다. 반면 "지금 시간이 몇 시죠"라고 운을 뗀 뒤 동전을 요구하면 행인 40% 가량이 순순히 돈을 건넸다고 한다.
'말 한 마디로 1,000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실험 결과들이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작은 차이가 각각 다른 결과를 부르는 원인은 무엇일까. 행동의 일관성을 지닐 것으로 기대되는 동일한 사람도 왜 상대방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전혀 상반된 행동을 하는 걸까.
프랑스의 저명한 두 심리학자가 함께 쓴 이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설득의 기법을 풀어낸다. '조종'이라는, 다소 음모론적이고 부정적인 냄새가 나는 단어를 책 제목에 올리고 본문에서도 주요 용어로서 사용하지만, 이 책은 '정직한'이란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설득의 메커니즘과 그 노하우를 소개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책 후반부를 차지하는 설득의 기법. '미끼로 유인해 내가 원하는 행동을 상대가 스스로 하게 한다'(낚시 기법), '상대적으로 덜 부담되는 요구를 한 후 진짜 원하는 더 큰 요구를 청한다'(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 '상대적으로 부담되는 부탁을 하여 거절 당한 후 그보다는 수월한 요구를 청해 수락하게 한다'(문전박대 자초하기 기법), '대가에 덧붙여 다른 보상을 더 준다고 하면 허락을 넘어 감동까지 하게 된다'(이게 다가 아닙니다 기법) 등등. 늘 설득 당하느냐 설득하느냐의 기로에 서는 우리 삶에 제법 지침이 될 만한 내용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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