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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디 피콜트 소설 '쌍둥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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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디 피콜트 소설 '쌍둥이 별'

입력
2008.11.24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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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세포조직이 일치하는 특정 배아를 길러내는 일명 '맞춤아기'의 출산.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2000년과 2003년 각각 맞춤아기의 출산, 혹은 출산을 위한 소송이 진행됐고 이를 계기로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윤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디 피콜트(42ㆍ사진)의 <쌍둥이 별> (이레 발행)은 맞춤아기를 소재로한 장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케이트와 안나 자매.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케이트를 위해 태어난 맞춤아기다. 출생 이후 언니가 아플 때마다 힘든 수술을 감내하며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등을 모두 언니에게 주며 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던 안나.

그러나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질문하기 시작할 나이인 열세 살이 되자 안나는 "다시는 부모님이 내 몸에 손 대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변호사를 찾아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전직 변호사였던 엄마 사라는 스스로의 변호를 자처하고, 아버지 브라이언은 안나 편에 서겠다고 하면서 평온을 유지하던 가족은 양쪽으로 나뉘어 법정 공방을 시작하는데.

사라, 브라이언, 케이트, 안나의 시점을 갈마들며 전개되는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자녀의 몸에 대한 부모의 권리는 어디까지일까' 혹은 '타인의 생명을 위해 내 몸에 대한 내 권리 행사는 제한될 수 있을까' 같은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한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공방은 명확히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데, 소설은 나는 어떤 편에 서야 할까를 묻는 동시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다듬을 기회를 준다.

부모를 고소한 이유가 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고 싶은 이기심뿐 아니라, 평생을 자신에게 의지하며 살고 싶어하지 않는 언니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어서라는 안나의 항변. 윤리와 이기심 사이에서 진자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이라는 기호의 의미를 뼈아프게 되돌아보게 한다. 원제 'My sister's keeper'.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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