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한 미국 자동차 빅3 최고경영자(CEO)들이 이틀간의 면접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고 12일 뒤 재시험을 치러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가 20일 파산위기에 처한 미국 자동차 산업 구제법안에 관한 표결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또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3개 업체에 구체적인 자구방안과 구제금융 사용계획을 다음달 2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빅3의 급박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에 구제금융 제공에 적극적인 민주당마저 지원을 미룬 것은 빅3의 자구노력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동차 업계가 상세한 자구노력 계획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구제금융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틀간 전국적으로 중계된 빅3 CEO 청문회는 오히려 구제금융 반대여론을 확산시켰다. CEO들은 청문회에서 구제금융 투입으로 방만한 미국 자동차업체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의원들에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대표는 "그 누구도 상하원에서 통과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게 지금의 슬픈 현실"이라며 "CEO들은 의회와 미국민들에게 이번 구제금융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혀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 혈세를 요청하러 워싱턴에 오면서 CEO들이 거액의 비용을 들여 회사 전용기를 이용하는 등 자구노력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이 비난여론에 불을 붙였다. 구제법안 공동제안자인 공화당의 크리스토퍼 S 본드 상원의원(미주리) 조차도 "자동차 업계가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한데, 회사 전용기 매각도 그런 노력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법안 표결이 연기되자 론 게텔핑커 미국 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즉시 구제금융이 투입되지 않으면 올해 안에 적어도 빅3중 한 곳은 파산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민주당은 새 법안 통과 전에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기금 일부를 자동차 산업 지원에 전용해줄 것을 부시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백악관은 난색을 표명해왔다. 데이노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위한 변화에 지원책이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 지도부가 자동차 업계에 향후 계획을 요청함으로써 "대통령의 뜻에 공감해 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WSJ은 이제 2가지 대안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다음달 2일 새로 제출된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의회가 다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반대여론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다른 대안은 새 정부가 본격적인 자동차 구제계획을 마련할 때까지 50억~10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내년 3, 4월까지 빅3를 연명시키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현재 의회 지도부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빅3가 새로 제출한 자구노력은 공장폐쇄 등 생산시설 축소와 감원이 골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빅3중 GM과 크라이슬러 CEO는 구제금융 법안통과와 함께 사퇴할 전망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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