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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투자자문사 대표 자살…동문·지인 등 투자자에 일일이 30여장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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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투자자문사 대표 자살…동문·지인 등 투자자에 일일이 30여장 유서

입력
2008.11.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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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미안하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죽음으로써 빚을 갚겠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주가 폭락 사태가 귀한 목숨을 또 앗아갔다. 19일 숨진 채 발견된 투자자문사 새빛에셋㈜ 대표 최성국(56ㆍ사진)씨는 지인 등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죽음으로써 속죄를 구하는 유서 30여장을 남겼다. 최씨는 모교인 인하대 출신 벤처기업의 대부로 불렸고 평소 기부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4시55분께 청담동 모 호텔 10층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호텔측은 "최씨가 16일 투숙 이후 방밖으로 나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들어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최씨는 목에 압박붕대를 감은 채 문에 기대어 있었고, 객실에는 빈 수면제 약통과 절반 이상 비운 양주병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호텔 패쇄회로TV 확인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까지 발견돼 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빛에셋은 자산운용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사설 투자자문사. 최씨의 모교인 인하대 선후배들이 2000년 동문 벤처기업에 종잣돈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67억원이 모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1년부터 자산운용을 시작, 9ㆍ11테러 당일 1시간 만에 투자금액의 100% 수익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최씨는 특히 고위험 선물ㆍ옵션 투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 역시 금융위기 쓰나미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지난해 8월부터 자금 압박을 받아오던 그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수익의 사회환원에도 열심이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2000년 이후 인하대에 12억여원을 기부했고, 119구조대 유자녀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학교를 돕는 일에 열성적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두 자녀를 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였다"며 "비보를 전해 들은 최씨의 형이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성실한 동생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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