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저탄소 녹색성장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 이후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2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우리는 세계화, 개발 위주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없다면 2007년 IPCC 4차보고서가 제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가 6도 상승하고 2050년까지는 2,3도 상승, 지구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도래가 엄연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억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파차우리 의장은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집중호우와 극심한 가뭄 등 강수 패턴의 변화로 수자원 관리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또 해수면이 1m 상승할 경우 전 국토의 1.2%가 침수할 전망이어서 이에 따른 농업환경 변화와 전염병 발생 등 보건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방지한다는 것이 IPCC의 목표다. 파차우리 의장은 "목표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차우리 의장은 또 기후변화 억제는 과학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크게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분야가 주거 부문인데 여기에는 기술 개발만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와 생활습관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에너지 낭비적인 생활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고기를 덜 먹는다면 인간도, 지구도 모두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곡물을 키워 가축을 먹여서 육류를 소비하기까지 에너지가 다른 식품에 비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다.
2007년 앨 고어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파차우리 의장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리는 제12회 한림국제심포지엄 '기후변화, 과학적 진실과 기술적 대응방안'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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