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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디플레 공포/ 반토막 자산… 산더미 재고… 내리막 물가… 무더기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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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디플레 공포/ 반토막 자산… 산더미 재고… 내리막 물가… 무더기 실업

입력
2008.11.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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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수감사절, 성탄절로 이어지는 미국 최대의 소비시즌이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할인매장 월마트가 19일 추수감사절, 성탄절 특수용품 가격을 대폭 인하해 손님 끌기에 나섰지만 실적은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두번째로 큰 할인매장 타깃도 장신구, 의류, 가정용품 등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상품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2. 미국 2위의 항구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야적장에는 수입 차들이 수천대씩 늘어서있다. 현대차가 미국에 수입돼 최종 소비자에게 건네지는데 걸린 기간이 지난해에는 평균 59일이었지만 올해 8월에는 115일로 늘어났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이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1.0%가 떨어졌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물가지수를 집계한 61년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이를 디플레이션 진입의 신호로 받아들인 미국 증시가 5년 반 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20일 전세계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경제조사기관 글로벌인사이트의 내리먼 베라베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전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부심했는데 순식간에 물가 하락을 걱정하게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소비자물가 발표 후 도널드 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물가 하락폭이 아직은 염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추가 하락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며 불안 확산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물가 하락세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항공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7월에 비해 20% 가량 하락했지만 주요 노선 마저 승객을 채우기 힘들다. 부유층도 지갑을 닫으면서 고급 호텔 숙박비가 한달 사이 5.4% 하락했고 고급백화점 노드스트롬의 의류가격은 평균 22%나 떨어졌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조지프 라보그나 독일은행증권 미국지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금리를 낮추는 등 적극 개입하겠지만 디플레이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미국뿐이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도 물가 하락 추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내년 가장 큰 경제문제는 디플레이션"이라며 영국을 비롯해 유럽 각국 정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디플레이션에 대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일본도 10월 기업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1.6% 하락하면서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이 다시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국마저도 최근 주가폭락 등 자산가격 급락 여파로 내년에는 디플레이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0일 보도했다.

디플레이션 징후의 또 다른 지표인 실업률도 치솟고 있다. 10월 신규 미국 실업자는 24만명에 달했고, 지난 주(11월10~15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도 54만2,000명으로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6% 중반대인 실업률은 내년 말 최고 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모범국 독일도 자동차산업 인력의 10~15%가 해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며 일본의 자동차회사 이스즈와 마쓰다는 20일 2,700명 가량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부채 디플레이션'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것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즉 물가하락)하면 각국 정부가 명목금리를 0%까지 낮춘다고 해도 기업과 채무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은 계속 높아진다는 경제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물가하락이 지속되면 대출부담이 높은 기업과 가정은 은행이자가 낮아져도 실질 채무상환부담이 커져 결국 파산하는 1930년대식 대공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10월 물가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던 원유가격이 낮아지면서 물가가 정상화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최근의 물가 하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중론자마저도 내년 디플레이션 위험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NYT 칼럼에서 "1930년 대공황의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기부양책 규모보다 50%를 더 집행하라"고 조언했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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