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장미 품종이 처음으로 로열티를 받고 수출된다. 그간 완성품 형태로 일본 등지에 국내산 장미가 수출됐을 뿐, 이번처럼 품종 재배 권리를 판 적은 없었다.
유통 품종의 95% 이상이 외국산으로, 장미 한 그루 심을 때마다 1,500원 가량, 해마다 70억원의 해외 로열티를 물어야 했던 국내 화훼산업에 신기원 같은 일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최근 네덜란드의 세계적 장미 육종ㆍ판매사인 올라이로젠과 녹색계열 장미 품종 '그린뷰티'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린뷰티는 내년부터 세계 각지에 판매돼 그루당 1달러 가량의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이게 된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이영순 박사는 "둥글고 풍성한 꽃잎과 여타 품종의 배가 넘는 2주 간의 수명, 무엇보다 잎이 두꺼워 운반 중 상처가 적다는 점이 호평 받았다"고 말했다. 녹색 계열 장미는 빨간 계열처럼 대중적이진 않지만 젊은 층과 꽃꽂이 애호가 등이 선호하면서 최근 틈새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그린뷰티가 탄생해 세계 화훼의 본산 네덜란드에 팔리기까지 장장 9년이 소요됐다. 이 박사팀은 1999년 품종 교배로 이듬해 첫 꽃을 얻은 뒤 2005년 품종보호 출원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올라이로젠과 그린뷰티 등 4종에 대한 현지 시험재배 계약을 맺었다. 네덜란드, 케냐, 에콰도르에서 1년 동안 실제 길러보며 생산성, 상품성 등을 타진해본 결과 그린뷰티가 최종 낙점됐다.
그린뷰티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무난한 형태의 장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겐 사랑 받지 못했지만, 해외로 나가 진가를 발휘했다. 50~60㎝로 짧았던 줄기가 새로운 재배 환경을 만나니 70~80㎝까지 자라며 상품성을 높였다. 둥글납작한 꽃잎 형태도 해외 소비자의 눈에 들었다.
1993년부터 농업기술원에서 신품종 개발에 전념해온 이 박사는 장미를 '까탈스러운 절세 미인'에 비유했다. 예컨데 분홍색 꽃을 얻고 싶을 때 다른 종(種)은 빨간꽃과 흰꽃을 교배하면 무난히 성공을 거두지만, 장미는 도무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는 것. 유전적으로 잡종성이 강하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병충해와 추위에 유독 약하다.
그래서 장미 교배엔 이론뿐 아니라 경험과 감각이 총동원돼야 하는데, 우리는 그 역사가 15년에 불과하다. 유럽 화훼 강국의 150년 전통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래서 이번 수출이 더욱 값지다. 이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비닐하우스에서 장미 접붙이며 흘린 비지땀의 보상"이라며 웃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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